폐교의 위기에서 벗어난 계기 만들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폐교 위기에 내몰린 학교가 늘고 있다. 각 지자체, 교육청, 작은학교 관계자들이 해법찾기에 분주하나 효과는 미미하다. 그런데 순천지역에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 수가 불어난 초등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때 학생 수가 24명에 불과해 폐교의 그늘에서 허우적대던 순천 인안초등학교 (교장 강기만)는 지금은 전교생이 1백명이 넘는다. 구성원을 살펴보더라도 학교 인근에 사는 학생은 20여명에 그치고 순천 각지에서 찾아온 학생이 80여명이다. 통학버스만 해도 6대다. 이는 순천만흑두루미논가꾸기 프로젝트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인안초는 올해로 13년째 순천만흑두루미논가꾸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14일에도 이 학교 1백2명의 전교생이 참여해 순천만 인근에 자리한 논에서 직접 손으로 모를 심었다. 이앙기로 모내기하는 풍경에 익숙한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학부모 50여명, 교직원 20여명이 함께 했다.

초등학교 1,2학년생은 두레장인 6학년 형이나 학부모들이 모를 건네주면 고사리 손으로 이를 받아서 심는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농부의 모습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황 진 교사는 얘들의 반응이 다양하다고 말한다. “처음 모내기하는 학생들은 두려워 몸을 사리지만 여러번 한 얘들은 놀이터에서 놀 듯 활발하게 한다”

이들은 모내기를 한 후에 잡초를 제거하거나 우렁이를 논에 넣는 일을 한다. 벼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친환경 재배관리를 직접 체험하는 과정이다. 이 곳에서 사는 동물들을 조사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10월 중순쯤엔 추수도 진행된다. 5,6학년생들은 벼를 베고 저학년생들은 이를 나르고 훑는다. 탈곡한 낟알은 일부 학교로 가져가서 껍질을 벗기고 냄비에 담아 밥을 지어 먹는다. 스스로 재배한 벼를 맛보는 것은 학생들에게 보람이상을 안겨준다. 생명존중, 환경보호, 힘들게 흘린 땀의 의미등등. 또 일부 낟알은 겨울에 찾아올 흑두루미가 먹을 수 있도록 추수한 논에 뿌려둔다. 물론 학생들이 손대지 않은 논의 본격적인 추수는 순천만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흑두루미영농단에서 한다.

흑두루미가 찾아올 시기에 학생들은 이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자신들이 뿌려둔 낟알을 먹는 장면을 관찰하는 재미를 느낀다. 학교에 비치된 쌍안경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몸집이 큰 흑두루미는 육안으로도 감지된다고 한다. 황교사는 “자신의 수고로 여러 생명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결정적인 장면이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과정이 세상을 살아가는 혁신적인 교육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안초는 전남교육청이 혁신울림학교로 지정했다. 논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생태탐사시 입장료를 내지않고 습지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지원이지만 울림이 큰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다.

강교장은 “학생들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순천만과 연계하여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고 말해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설레임을 던져준다.

순천 인안초등학교 전교생이 생태체험의 한 과정으로 모내기를 하고있다. 
순천 인안초등학교 전교생이 생태체험의 한 과정으로 모내기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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