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지난달 남도 전통주로 '납월홍매'를 선정했다. '납월홍매'는 낙안읍성 인근 낙안양조장(순천시 낙안면 삼일로 40)에서 만든 막걸리이다.

납월은 음력 섣달을 일컫는 말이다. 박인규 낙안양조장 대표는 겨울 한복판에 붉게 피는 매화의 소신과 기개를 닮고 싶어 술 이름을 ‘납월홍매’로 정했다.

매화 관련 부재료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이 술은 오직 전통 누룩과 낙안지역 햅쌀만을 활용해 발효한 삼양주다. 삼양주는 밑술에 덧술을 두 번 더해 세 번 중복 발효한 술이다.

박인규 대표는 과일 향과 꽃 향이 나면서 오미가 균형 잡힌 맛을 추구한다. 그는 ‘납월홍매’는 감홍시 향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전라남도 제공)
박인규 대표는 과일 향과 꽃 향이 나면서 오미가 균형 잡힌 맛을 추구한다. 그는 ‘납월홍매’는 감홍시 향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전라남도 제공)

박 대표는 삼양주가 상업화에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삼양주는 단양주에 비해 맛이 확연히 좋으면서도 공정이 비교적 용이하다.

박 대표는 서울에서 라디오 방송 PD로 40년을 활동했다. 정년을 5년 남긴 2010년에 ‘출발! 멋진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자신의 정년 이후 삶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고향 낙안면에 내려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낙안읍성과 연계하여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조사해보니 천연 염색부터 장류, 한과, 서당 등 다 있는데 딱 하나 전통 술이 없더란다. 그는 시장에 유통 중인 막걸리와 차별화된 술을 만들기로 했다.

“전통이라는 말보다는 정통, 과거에 우리 조상이 빚어 먹었던 원래 술이라는 뜻으로 정통이라는 말이 오히려 맞을 거고요.”

정통 방식을 추구하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술의 맛은 과일 향과 꽃 향이 나면서 오미가 균형 잡힌 맛이다. 그는 ‘납월홍매’는 감홍시 향이라고 했다.

양조장을 세운 지 3년이 넘은 요즘은 술을 담그기 바쁘게 팔린다. 그가 술을 한 번 빚을 때 쓰는 쌀이 32kg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 작업한다. 막걸리의 맑은 부분을 장기 숙성한 청주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에 박 대표는 양조장 규모를 확장하여 카페형 양조장을 올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미 맥이 끊어져 버린 낙안 전통주 ‘사삼주’와 ‘강하주’를 복원하려는 목표도 있다.

막걸리에도 빈티지를

와인은 그 재료가 되는 포도가 수확된 해를 빈티지라고 한다. 포도는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해마다 당도가 다르다. 포도의 품질은 와인의 품질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빈티지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와인 애호가나 전문가들은 빈티지별로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막걸리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쌀의 작황이 다르므로 막걸리의 품질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박 대표가 막걸리에도 빈티지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박인규 대표는 겨울 한복판에 붉게 피는 매화의 소신과 기개를 닮고 싶어 술 이름을 ‘납월홍매’로 정했다. ⓒ순천광장신문
박인규 대표는 겨울 한복판에 붉게 피는 매화의 소신과 기개를 닮고 싶어 술 이름을 ‘납월홍매’로 정했다. ⓒ순천광장신문

한창기 기념사업과 납월홍매 심기 사업

낙안양조장은 제품 판매 수익금의 1%를 한창기 선생 기념사업과 낙안읍성 납월홍매 심기 사업에 기부한다.

박 대표는 “한창기 선생은 전통문화를 재해석해서 사업화한 게 많다”라고 하며 “그 맥을 이어 전통 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상품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 롤모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낙안읍성 안에 있는 각 초가집들에 납월홍매 묘목을 한 그루씩 심고자 한다. 1년에 10그루씩 10년 동안 할 계획이란다. 한겨울 추위 속에 붉은 매화가 피면 얼마나 아름답겠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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