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순천대학교 휴학생 문서현씨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순천대학교 철학과를 휴학 중인 문서현씨. 휴학을 하고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순천대학교 철학과를 휴학 중인 문서현씨. 휴학을 하고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고 말하는 것일수록 더 현실에 가깝다”고 말하는 문서현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어릴 적부터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서현씨에게 고등학교는 규제가 억압이 많아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껴서다. 검정고시를 통해 순천대학교 철학과를 진학했지만 현재는 휴학 중이다. 

“학문을 배우는 곳이라는 대학의 목적이 변질되고 취업이라는 한가지 목표만 가지고 학교를 다니는 모습에 불만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20대라면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루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일종의 저항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러나 서현씨는 누구나 가는 길을 가지 않으니 느껴지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현실적인 것을 택하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시선이 한번씩 신경 쓰인단다.

“제가 한국 나이로 24인데 주변 친구들 대부분 졸업하고 취업했어요.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성과를 이루지 않은 건 저밖에 없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저 길을 가야 되나 싶은 마음이 가끔씩 들긴 하지만 다 저렇게 살면 세상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죠.”

자신을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며 불안감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서현씨의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다.

 

다수와 다른 소수자의 삶

“사회가 인식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 세상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현씨는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을 남성과 여성로만 가정하고 성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비판적인 서현씨는 범성애자라는 성소수자다. 범성애자는 성별과 관계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을 밝히기 두려워 하는 사회지만 자신은 항상 자신의 성을 말하려고 한단다. 

서현씨는 12살 때 자신의 성적지향이 다수와 다르다고 느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 시절 범성애자라는 용어를 알게 되면서 성적지향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한다. 성소수자로 살면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대화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단다.

“사람들이 여성 혹은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남자친구 있냐,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잖아요. 그때마다 조금 눈치가 보여요.”

서현씨는 다수와 다른 삶을 살아가며 사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깨뜨리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2016년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젠더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서현씨는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TERF,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st)에 비판적이다. 인간의 권리를 넓히기 위해 시작된 페미니즘이 특정 성을 배제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물학적인 여성을 넘어 장애, 인종 등으로 차별받는 약자들의 권리 신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페미니즘인 교차성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서현씨가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월 서울 웨스에서 열린 상영회에 서현씨의 작품이 전시됐다
올해 1월 서울 웨스에서 열린 상영회에 서현씨의 작품이 전시됐다

가려진 곳을 비추는 문화예술인

서현씨는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영화는 아니지만 예술영상을 찍어 서울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독립영화를 자주 보러 다녔는데 나도 이런 멋진 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순천은 목포와 광주에 비해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활동하기에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를 제작할 당시 목포에 위치한 협동조합시네마MM과 광주 독립영화 상영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서현씨는 작년 두 개의 독립영화 제작했는데 그곳에서 현장지휘, 장소 섭외 등의 역할을 맡았다.

서현씨가 제작한 영화는 ‘닻을 놓다’와 ‘대부’다. ‘닻을 놓다’는 자신이 집착하던 사물을 놓는 과정을 풀어냈다. ‘대부’는 일수 전단으로 힘들어 하는 1인 가구의 생활을 담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나중에 상영을 하게 된다면 직접 봐주라고 조용히 전했다.

서현씨는 순천시 문화공간 바래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서현씨는 순천시 문화공간 바래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지금은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있다”는 서현씨는 작년 ‘문화공간 바레’에서 사진 전시를 한 적이 있다. 미디어에서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들이 아닌 실제 우리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잡티나 흉터, 주름 등 우리가 평상시에 마주하는 것들을 꾸밈없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를 통해서 미디어에서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을 깨고 우리가 가진 진짜 아름다움을 찾으려 했어요.”

자신을 ‘예민한 레이더’로 비유하는 문서현씨.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세상의 노이즈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지 않겠냐”는 서현씨의 말이 자신이 남과 조금 다르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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