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룟값, 연료값, 사룟값, 인건비 등 농업생산비가 크게 오르고 금융권의 대출금리까지 인상된 반면 쌀값은 45년 만의 최대폭인 25%나 폭락했다. 게다가 농업소득의 40%를 차지하는 축산업의 상황은 사룟값이 폭등한 데다 축산 농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우 사육의 경우 솟값이 1년 사이에 반토막 나서 우리 농업과 농민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가을 산지 쌀값이 폭락하자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남는 물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장격리를 기존의 임의 조항에서 의무 조항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여당이 반대하자 민주당은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이를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회부하였지만 여당의 강력한 반대와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법안은 계류 중이다.

정부·여당은 이 법안이 농민이 마음 놓고 쌀을 재배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임으로써 쌀의 과잉생산을 조장할 수 있고, 논의 타작물 전환을 유도할 수 없으며, 쌀을 수매하는 데 매년 1조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고, 늘어난 정부 비축미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쌀 가격을 오히려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농민 소득을 안정화하고 식량 안보에 기여하기 때문에 농민과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농민회 등 농민 단체는 이 개정안을 적극 환영하는 반면 축산 관련 단체는 형평성이 결여되었고, 축산 분야에 대한 예산 감축을 우려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 문제는 자칫 전국민적인 논란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보인다.

쌀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소비량의 급속한 감소와 쌀 수입 때문이다. 그동안 쌀 소비량은 급격히 줄고 육류 소비가 늘어 올해는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2년간 과잉 생산된 쌀은 20여만 톤인데 반해 수입쌀은 쌀 잉여분의 두 배가 된다. 쌀 수입이 불가역이라면 과잉 생산된 쌀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콩과 밀 등 전략 작물로 재배를 전환하는 데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고, 갈수록 악화되는 기상 여건에 대비해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정부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만들어진 것 아닌가.

김계수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김계수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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