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생 딸과 초등학교 4학년생을 둔 자영업을 하는 학부모다. 첫째는 8살 때부터 돌봄센터를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둘째도 학교 방과후 이후에는 자연스레 아동센터에 간다.

아동센터는 강제성보다는 아이들이 최대한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학교 공부를 복습한다든지 예체능 수업, 체험학습, 매달 생일인 친구들을 함께 축하하고 최근에는 플로깅도 정기적으로 한다. 특히 간식과 함께 식사까지 제공되는 점 등은 나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나는 부모인 우리가 없는 동안 아동센터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학습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크지 않다.

첫째가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감수성이 예민해 걱정을 좀 했다. 그런 첫째가 여러 학년의, 다양한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인 돌봄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함께 하다 보니 공동생활에 적응하는 힘과 사회성이 조금씩 넓어졌다. 또한 돌봄에서는 고학년이 선생님과 더불어 저학년을 돌봐주고,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돌본다. 때로 고학년으로부터 안 좋은 것들(욕설, 유행 따르기 등)을 좀 더 빨리 접하게 되기도 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에서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 체육 활동하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 체육 활동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정기적으로 플로깅을 한다.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정기적으로 플로깅을 한다.

좀 늦지만 부족함 없이 따라가는 첫째를 보면서 너무 성급하게 학습하지 않아도 될 거라 판단했다. 피아노학원을 잠깐 보낸 것이 사교육으로는 다였다. 어느 날 돌봄센터 한 학부모가 아이 학습은 어떻게 시키는지 묻기에 “따로 시키는 게 없다”라고 했더니 “이런 무책임한 엄마가 어딨냐”라면서 깜짝 놀라더라. 순간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해 봤다. 화도 났다. 

첫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돌봄센터도 같이 졸업했다. 지금은 시간이 나면 돌봄센터에서 동생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한다. 둘째 아이도 내가 챙겨주지 못하는 하교 후 시간 동안 아동센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스스로가 원하는 공간임을 확인한다.

올해부터 학교돌봄 시간이 연장된다고 한다.  학교돌봄 선생님인 한 학부모는 정작 본인의 아이는 학교돌봄 신청에서 떨어져서 돌봐줄 곳이 없다며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돌봄 분야에서 나쁜 일이 터지는 사례가 언론에 종종 보도된다. 주로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히 돌보는 시간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절한 예산과 인력  지원, 학부모의 관심이 '돌봄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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