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성배 생태문화교육허브봄 대표

생태수도 순천, 이름에 걸맞은 정책을 펼치고 있나?

대대리에 외지 자본이 들어와 마을 원형이 파괴되고 관광지가 돼버린 것이 아쉽다. 주민들이 빈방을 민박으로 활용하는 등 관광객과 마을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시에서 지원했다면 시만 잘 나가는 게 아니라 마을도 함께 성장하지 않았을까. 또한 주민이 마을에 자부심을 가지면 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보전에 앞장선다.

환경부 지원으로 에코촌 지어서 공무원이 관리하도록 한 결과 시내 숙박업소들과 경쟁하고 있다. 시가 세금 내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구조다. 오히려 숙박업소에 일회용품 안 쓰도록 지원한다든지, 관광객에게 숙박 쿠폰을 주면서 친환경적 관광을 유도하는 사업으로 숙박업소와 시가 상생할 수 있다.

순천만에 접근하는 방법들이 다양해져야 한다. 사람들이 차를 안 타고 대대리에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스카이큐브, 셔틀버스 이용자에게 확실한 혜택을 주면 관광객들이 차를 외곽에 세워두고 셔틀을 이용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용자에게 도심 숙박시설 쿠폰을 제공하여 순천만 관광객을 도심으로 유인하고 순천에 더 머무르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뚜벅이, 커플, 관광객의 연령 등에 따라 대상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면 효과적인 유인책이 나온다.

이사천 절강은 동력을 쓰지 않는 카약 등으로 습지에 직접 들어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절강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므로 체험하기에 환경적 부담이 비교적 적다.

박성배 생태문화교육허브봄 대표
박성배 생태문화교육허브봄 대표

그리고 관공서 등 공공기관은 돈이 좀 들더라도 친환경 자재, 친환경적인 설비를 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와서 보고 자신들 집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통해 시민들에게 기후변화를 알리고, 친환경 업체들을 선전하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 시가 와온, 화포, 장산 등 조그마한 마을들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이런 정책들이 더해져 순천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순천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순천뿐 아니라 관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는 올해 왔는데 작년이랑 똑같고 내년에 와도 이거 벌써 했는데 이렇게 되는 것이다. 수요자의 나이 혹은 수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

현장은 일반직 공무원보다 해설사분들이 더 잘 안다. 관은 예산 등 행정적인 부분을 관리하고 교육 프로그램 등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역할 분담을 하면 효율적이다. 생태교육 관련한 작은 회사들이 많아지고,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제공하여 발생하는 수익으로 생태 해설사들이 더욱 전문적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명예습지안내인, 해설사분들이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에 비해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초단시간 근로자)로 계약하는 등은 관이 나서서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것이다(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 퇴직금, 연차휴가, 4대 보험을 누리지 못한다). 한 사람이 한 군데서 일을 고정적으로 못 하니까 화요일은 에코센터 수요일은 수목원 목요일은 문화관광해설사 토요일은 지질관광해설사 일요일은 해양박물관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한다. 결과적으로 주 40시간 이상 근로자인데도 아무 데도 속하지 않는 거다.

이 문제는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유발한다. 연세 드신 분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연세 드신 분들이 노령 연금을 받으면서 해설사 하기에 이 시스템이 딱 좋은 거다. 젊은 해설사분들은 한 분야에서 제대로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는 구조다. 연세 드신 분들께는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리고, 젊은 친구들은 제대로 키워서 해설사 시장이나 관련 직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배려 계층을 위한 것을 제외하고는 무료 프로그램 등을 없애야 한다. 환경 분야는 ‘우리 잘하고 있다’를 보여주기 위해 무료로 하는 것들이 특히 많다. 무료 제공되는 종이 리플렛, 브로슈어 등 역시 종잇값이라도 받아야 한다. 비 오면 머리에 썼다가 쓰레기통에 넣고, 라면 받침대로 쓰고, 더우면 부채질하다가 휘어지면 버리고… 돈 주고 샀으면 안 버린다. 자원 절약 측면에서라도 종이 인쇄물은 꼭 필요한 양만 찍어내고 PDF 파일 형태 등으로 만들어 QR코드를 찍어서 보는 방법도 있다.

인쇄 업체는 싫어하겠지만, 과거를 고수하니까 사양 산업이 되는 거다, 파일 형태로 제작하면 계절별로 다양한 버전이 가능하고, 변경 사항을 즉각 반영할 수도 있다. 업체도 바뀌고 관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되면 좋겠다. 정보를 얻는 수혜자가 지불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적어도 만드는 데 들어간 품값은 받아야 하는데, 관이 나서서 무료 제공하니 민간에서 이런 걸 만들어 팔 수가 없다. 작은 회사들 자생력의 싹을 자르고, 시민에게 거지 근성을 심어주는 일이다. 기꺼이 낼 준비가 된 사람들한테는 지불하게 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큰 틀에서 환경 교육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계 서비스 등에 돈을 낼 사람이 없다.

낙동강하구 모래톱(연안 사주). 낙동강을 빠져나온 모래나 진흙이 남해와 만나 해류, 조석, 파랑 등의 작용으로 강이 흐르는 방향과 수직으로 퇴적되면서 가늘고 긴 지형이 형성된다. 낙동강하구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철새들 서식지다. (제공=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낙동강하구 모래톱(연안 사주). 낙동강을 빠져나온 모래나 진흙이 남해와 만나 해류, 조석, 파랑 등의 작용으로 강이 흐르는 방향과 수직으로 퇴적되면서 가늘고 긴 지형이 형성된다. 낙동강하구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철새들 서식지다. (제공=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낙동강 하구 모래톱이 육상화 된다고 하는데 순천만 갯벌도 육상화 되고 있다. 이에 관한 의견은?

갈대밭이 있으면 아무래도 갈대가 흙을 잡으니 더 잘 육상화 된다. 육상화로 갯벌이 줄면 갯벌 기능도 그만큼 줄어든다. 대신 갈대와 같은 수생 식물들은 수질을 정화한다. 육상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습지 관리는 ‘인간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복원’에는 인간이 원하는 시점이 있다. 언제 모습을 기준 삼아 복원할 것인지, 유지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상정하고 그대로 유지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청소와 비슷하다. 청소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어질러지고, 어느 정도 심각해지면 다시 청소하고.

많은 사람들이 갯벌, 습지를 아름답게만 생각한다. 막상 습지에 들어가서 보면 동식물 사체가 물에 떠다니고, 상류에서 오염물질 등이 내려오는… 습지는 원래 좀 지저분한 곳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런 공간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습지를 너무 미화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진실’을 어떻게 전달할지가 과제다.


박 대표는 부산대학교 생물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 고, 전 동아대학교 강사, 전 부산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공저로 『금정산 생태』 『낙 동강 하구 생태 가이드 북』 『어린이 갯벌 체험 학습 지』 『아름다운 바다 우리가 지켜요』 『숲속의 친구 들 DVD』 등이 있다.

"저는 나서서 열성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활동가는 아니지만 기록하고,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활동가분들을 교육하고, 그분들이 교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 고 있습니다. 카약 플로깅, 반려해변 프로그램 등도 진행 중입니다."

(제공=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카약을 타고 노 저어 가다 보면 갈대숲 사이 게가 보이고 새 소리가 들린다.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본다. 이렇게 자연이 주는 혜택을 ‘생태계 서비스’라고 한다." (제공=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카약 플로깅

카약은 수심이 20~30cm만 돼도 움직일 수 있어서 습지에 가깝게 들어갈 수 있다. 자격증도 필요 없다. 박 대표는 "보트로 가는 프로그램도 해봤는데 기름을 쓰고 엔진을 돌려서 시끄럽게 습지에 들어가는 게 별로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카약은 온전 히 사람 힘으로 노를 저어 가고 시끄럽지도 않고 기름도 안 쓰니 친환경적이다.

카약을 타고 노를 저어 가다 보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갈대숲 사이에 게가 보이고 새 소리 바람 소리가 들린다. 물고기들이 탁 튀어오르기도 하고, 새우와 작은 물고기들이 도망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로 쪽으로 천천히 가면서 바람을 느끼고 넓은 데 나와서는 하늘을 본다. 이렇게 자연이 주는 혜택을 ‘생태계 서비스’라고 한다. 자연으로부터 받았으니 돌아가는 길에는 보이는 쓰레기를 좀 줍자고 이야기한다.”

드론이나 항공 사진으로 어디에 쓰레기가 많은지 예찰하고 플로깅 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쓰레기를 치울 수 있다.

반려해변 프로그램

해변을 반려동물처럼 여기며 책임지고 관리하는 활동으로 미국에서는 ‘해변입양(Adopt-a-Beach)’이라고 부른다. 기존 정화 활동이 대부분 관 중심, 일회적 행사에 그 쳤다면 반려해변은 민간 중심, 최소 2년 동안 매년 4회 이상 캠페인, 정화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변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생태문화교육허브봄은 현재 단체, 기업, 학교 등을 중심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개인도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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