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이다. 작은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깜짝 놀랐다. 공중화장실 화장지가 없어지지 않는 건 한참 되었고, 간혹 따뜻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도 있다. 그런데 손을 씻고 옆을 보니 핸드타월이 있는 게 아닌가. 공항이나 백화점 화장실에서 본 핸드타월이 동네 공중화장실에도 놓여있다니...

한국의 화장실 수준은 단연 세계 최고다. 공중화장실이 이곳저곳 많기도 하며 거의 다 무료다. 세계 웬만한 나라에선 돈을 줘야만 들어갈 수 있다. 프랑스에선 화장실을 찾기가 힘들다는 말을 처음 듣고 참 의아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개똥 보기도 쉽지 않은데, 프랑스에선 인분 보는 게 어렵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좀 황당했다.

세계 최고의 화장실을 갖게 된 건 온전히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덕이다. 세계에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다. 심 전 시장은 1996년 수원에서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운동을 일으켰다. 이후 각 지자체로 확산하였으며 공중화장실은 이제 호텔 화장실처럼 좋아지고 있다.

순천에도 자신의 임기 내내 화장실을 바꾸기 위해 애쓴 사람이 있다. 오는 8월 말에 퇴임하는 이용덕 순천교육장이다. 그는 커다란 책상 위가 아니라 일선 학교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다. 경청올레를 도입하였고 학생의 고충을 엄마 마음으로 해결했다.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하기 꺼리는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2년 동안 순천의 노후 학교 화장실을 거의 다 고쳤다고 한다.

사람 사는 곳 중에서 화장실만큼 평등한 곳은 없다. 예외 없이 스스로 바지를 내리고 자기 힘을 써서 볼일을 봐야 한다.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 사람이 일을 보는 데 이만큼 평등한 곳은 없지 싶다.

사람이 일을 보는 데 가장 불평등한 곳은 법을 다루는 데가 아닌가 싶다. 법 앞의 평등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불평등하다. 사람 가려 입맛대로 수사하고, 사람 가리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판결한다.

이런 사례가 순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258명이 2016년에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이들이 바로 정규직으로 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이들보다 앞서 157명이 2016년에 승소 판결을 받았고, 2019년 고등법원에서 다시 승소하였지만, 아직도 회사 측은 승복하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2021년 2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1,265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지만, 현대제철은 묵살했다. 고용노동부가 위법 사실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관련자를 소환 조사 한 번 안 했다고 한다.

한국의 화장실은 세계 최고라는 게 상식이고, 동네 화장실에 가면 화장지가 있다는 것도 상식이 되었다.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게 상식이 되었으니, 결국 몽둥이가 춤을 출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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