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죽으니까 돈 보내 달라”는 할머니와 실랑이 하는 중
직원들이 협력하여 전산조회하고 가족관계 확인하여 사실관계 파악


▲ 보이스피싱으로 날릴뻔한 돈을 함께 막아낸 순천농협 조례지점 김문정, 박미경, 강은정 씨의 빛나는 미소가 돋보였다. 고슬기 씨는 다음날 결혼식이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지난 27일(목) 농협 조례지점 직원들의 눈치 빠른 대처로 보이스피싱으로 날릴 고객 돈 3500만원을 지켰다. 그것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질만한 일이었다.

농협조례지점에 오전 11시 30분 정도 70대 할머니가 찾아오셔서 만기가 얼마 안남은 현금 3500만원을 찾으러 왔다. 창구 직원 김문정 씨가 “무슨 일로 돈을 찾는지” 묻자 할머니는 “좋은 일 하려고 그런다”며 달라고 했다. “현금을 드릴 수 없다. 송금을 하시라”고 하자 할머니는 계좌번호를 가지러 간다며 급히 나가셨다.

30분 후에 다시 은행에 온 할머니는 “조카한테 보낸다”며 송금을 부탁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창구 직원이 “송금하려면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은행 직원이 예금주와 통화 한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절대로 전화를 바꿔줄 수 없다”고 했다. 송금을 미루고 할머니에게 자세히 여쭈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울면서 전화를 했는데 돈을 안보내면 다른 사람이 죽인다고 했다” 며 돈을 송금해달라고 다그쳤고 직원이 “아들이 아닐수도 있다”고 하자 “아들 목소리가 맞다”며 급기야 길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래도 돈을 입금 시키지 않자 할머니는 “내 아들 죽으니까 돈 보내 달라”며 방방 뛰면서 직원 고슬기 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일처리를 하다 보면 감이 있었던 직원들은 고슬기씨가 실랑이를 벌이던 중 다른 직원 박미경 씨가 서울 보이스피싱 담당자에게 신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경우 어르신을 혼자 두면 자식이 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다른 은행에 가서 송금을 하니 혼자두면 안된다며 일을 미루고 1시간여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였고 그 사이 다른 직원은 본부랑 통화를 해 전산조회로 가족관계를 확인하고 다른 직원은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그렇게 사건의 전모는 밝혀졌다.

그 후 아들과 통화가 연결이 된 할머니는 아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안정을 되찾으셨다. 그렇게 할머니의 귀한 돈 3500만원이 지켜졌다. 다음날 할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떡을 해 와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순천농협 조례지점 박미경 씨는 “큰 금액을 해지하거나 송금을 요청할 때는 시간을 끌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이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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