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영진 람사르고창갯벌센터장

고창 갯벌이 다른 갯벌과 비교해 무엇이 특별한가?

고창 갯벌은 2007년도에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것은 2010년이다. 2018년도에 고창군 검토만 부안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그 안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고창 갯벌은 곰소만이라는 만에 형성된 개방형 갯벌이다. 만 외측이 외해로 개방되어 있고, 만입형 갯벌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만으로 들어오면서 퇴적상이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만의 왼쪽에는 모래 갯벌이, 맨 오른쪽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펄 갯벌이 형성된다. 중간에는 펄과 모래가 섞인 혼합 갯벌이 이루어진다. 갯벌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서식하는 생물종이 다양하여 종 다양성이 높다.

또한 고창 갯벌은 전 세계에서 계절 변화가 가장 심하다. 여름에는 모래가 더 많이 쌓이고 겨울에 이게 다 깎여나가면서 펄이 드러나거나 쌓인다.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의 갯벌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하나의 생태계로 봐야 한다. ‘세계 5대 갯벌’은 서울대학교 고철환 교수님이 논문에 기재하시면서부터 쓰인 개념이다. 중국, 북한, 한국 서해안의 갯벌을 ‘황해 갯벌’로 묶어서 세계 5대 갯벌이라고 한다. 그렇게 표현할 만큼 세계에서 가치 있는 갯벌이다. 갯벌은 지역별로 아주 큰 차이는 없지만 형성 과정, 형태 등이 서로 다르다. 황해 갯벌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다.

서남해안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근거는 철새의 이동 경로상 주요 서식처기 때문이다. 갯벌 하나하나의 의미를 볼 게 아니라 황해 갯벌 전체가 철새들 서식처로서 어떤 가치를 가지며, 이를 어떻게 보존·관리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서식처를 관리하려면 먹이원을 관리해야 한다.

예전에는 갯벌의 특징을 지형이나 지질, 생물 위주로 살폈다면 지금은 갯벌에 오는 철새들에게 갯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변했다. 모니터링 역시 저서생물 중심에서 철새 중심으로 바뀌었다. 철새의 먹이, 이동 상황 등이 조사돼야 한다. 때문에 올해 고창군 가장 핵심 사업이 철새 정밀 조사다.

고창 갯벌은 생물 다양성이 높다고 하는데, 대형 저서 생물 225종, 물새 90종, 염색식물 26종 등, 이에 변화는 없나?

언론의 ‘세계자연유산이 지정되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이냐, 무슨 변화가 있냐’라는 질문은 준비가 완벽하게 된 상태에서 유산이 되고 보존을 했더니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기사화하고 싶은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그런 상황이 아니다.

지역별로 모니터링 계획이 다르다. 고창 갯벌은 전체가 5km까지 들어가는 갯벌이어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신안 갯벌이 수십 배 넓지만 신안보다 많은 정점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고창 모니터링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건 생태계마다 상황이 달라서 올해 제대로 된 정점을 만들고 모니터링 계획을 세운 후 일반 시민들과 전문가의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이런 작업들이 이제야 진행된다.

실제 변화를 보려면 어떤 지점에서 변화점을 찾을 것인지, 세계유산 등재를 기점으로 그 이후 단계를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여태까지는 세계유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연구가 부족했다. 이제 문화재청이든 해양수산부든 모니터링과 연구에 관련된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매년 IUCN에 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할 수밖에 없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점을 잘 잡아내고, 잘 모니터링해서 매년 정보를 쌓을 것이다.

새벽 고창 갯벌 ⓒ순천광장신문
새벽 고창 갯벌 ⓒ순천광장신문

세계자연유산 신청 시 기준이라는 게 있나?

1번부터 10번까지 선정 기준이 있다. 고창 갯벌은 8번 지형학·지질학적 특징, 9번 생태학·생물학적 특징, 10번 멸종위기종 및 생물다양성 이 세 가지로 신청했었는데 8번과 9번 기준은 불만족했다. 서해 갯벌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들의 이동 경로로서 주요 기착지 내지는 주요 서식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 갯벌은 이용률이 높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이 처음 반려 공고를 냈을 때 이런 상황들을 우려했다. 사람이 이용하는 갯벌은 생태계의 완전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어민들과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체 갯벌이 아니라 강화와 인천, 군산, 부안군이 빠진 채 띄엄띄엄 유산으로 등재됐다. 와덴해 같은 경우는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3국이 하나의 갯벌을 공동 관리하겠다고 등재를 신청했다. 그래서 IUCN은 2025년까지 나머지 지자체까지도 확대 지정하도록 권고했다. 중국에서 IUCN을 많이 설득했다. 중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이 될 때 북한과 한국을 잇는 황해 전체 생태계 연결성과 완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북한까지 같이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IUCN에서 보는 갯벌 생태계의 완전성은 지자체, 국가의 분절성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또한 세계유산에는 완충구역이라는 개념이 있다. 유산 주변 일정 거리 내지는 생태적 조건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완충구역을 반드시 설정하고 유산에 준해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국내 시스템이 국제 시스템을 쫓아가지 못하고, 예산을 만드는 부처도 다르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만 내륙 습지와 연안 습지를 구분하는데, 내륙 습지는 환경부, 연안 습지는 해수부 권한이라 육상부 오염은 해수부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람사르 협약에서 정한 6개 기준 중 습지 생태계서비스 보전방안, 습지 복원·과리 방안 등은 잘 이루어지고 있나?

갯벌은 주민들 삶의 연속성,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므로 완벽한 보호 체계가 성립되기 어렵다. 그래서 어민의 생업과 생물 보존이 둘 다 지속가능하도록 장치를 만들고 있다. ‘습지보전법’은 어업, 관광 등과 생태계 서비스를 동시에 관리하고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9년도에 ‘갯벌법’과 그 시행령을 제정하여 2중, 3중 관리 시스템을 갖추었다. 세계자연유산, 람사르 습지 도시 등의 지정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나아갈 방향이 제시됐다고 볼 수 있다.

고창 갯벌은 오염된 폐축제식 양식장을 철새 쉼터, 염습지, 염생식물원 세 유형으로 복원됐다. ⓒ순천광장신문
고창 갯벌은 오염된 폐축제식 양식장을 철새 쉼터, 염습지, 염생식물원 세 유형으로 복원됐다. ⓒ순천광장신문

습지 복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습지 복원은 훼손된 갯벌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려는 목적이다. 지자체들이 습지 복원 사업을 진행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크다. 공시지가를 매길 수 있는 땅을 공유수면, 공공제로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창 갯벌은 세 유형으로 복원했다. 한 곳은 양식장이었던 곳에 물을 가둬서 철새들의 쉼터로 만들었고, 두 군데는 순천처럼 갈대가 자랄 수 있는 염습지로 복원했다. 또 다른 한 곳은 바닷물을 더 많이 유입시켜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염생식물원'으로 환원했다.

습지 보전, 관리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복원 이후 모니터링, 바닷물의 수위와 민물의 수위 등에 관한 연구가 있어야 진정한 복원이라 할 수 있다.  모니터링, 염생식물 생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데 지자체에서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연구 사업을 하며 복원지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시민 모니터링은 2천만 ~ 3천만 원에 주민들과 같이 모니터링이 가능한데 고창은 워낙 시골이다 보니 시민 활동가가 없다. 매년 안내인 교육을 하지만 교육만 받고 끝나버리는 해설사분들이나 활동가분들이 많다. 시민활동이 문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 문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고창 갯벌에서 아쉬운 부분은?

고창 갯벌 80~90%가 양식장이다. 어민들이 갯벌에서 하는 어업을 막는 대신 계도, 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람사르고창갯벌센터를 지을 때 교육센터로 방향을 설정했다. ‘고창 갯벌 학교’라는 타이틀로 주민들 교육에 힘쓰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에서도 고창 지역은 생태적 특징보다 교육 성과로 인정을 많이 받았다.

어민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어민들은 물때에 따라 움직이시기 때문에 시간을 빼기 쉽지 않고, 정말 바쁜 1년을 보내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갯벌에서 하루 4시간 정도 물질하면 15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나기 때문에 저희가 2, 3만 원 드리면서 해양 쓰레기 줍자고 하면 나오시지도 않는다.

람사르고창갯벌센터 안내 데스크 ⓒ순천광장신문
람사르고창갯벌센터 안내 데스크 ⓒ순천광장신문

어떻게 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었나?

저희는 어민, 학교, 관광객 등 대상을 구분해서 교육한다.

어민에게는 보존 교육보다 역량 강화 위주로 교육한다. 예를 들면, 김 하시는 분들께는 김 포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김을 잘 생산하는 방법 등을 먼저 교육한다. 그다음 갯벌을 보존하여 상품을 브랜딩하고 고급화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순천만과 순천만 습지 보존, 보전에 관해 하고 싶은 말씀은?

순천은 다른 곳의 롤모델이다. 정말 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연 유산이라고 하면 보존이 목적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세계유산원래 취지는 생태 '관광'을 위한 보전이다. 사람들이 잘 보존된 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관광하면서 주민에게 돈을 쓰고 가게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순천은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어서 1단계는 이미 밟은 것이다.

순천은 활동가, 시민단체의 관심으로 개발 막을 거는 막아주고 또 내줄 것은 확실히 내줬다. 주변 농경지를 매입해서 경관 농업으로 철새들 먹이를 확보하고 육상에서 기인한 오염을 차단한다. 관광객들이 몰려서 역으로 관광객 수를 통제하는 시범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순천에서는 해야 하는 사안 하나를 뽑자면?

우리나라는 바다와 육지가 뚝방과 제방으로 단절돼 있다.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순천은 순천만 주변 논을 매입해서 새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고창에 그런 새들이 못 오는 이유가 새들이 논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고창 갯벌 부근 논을 배후습지로 복원하는 견적을 뽑았더니 조 단위가 들어가더라. 고창에서 조 단위 사업은 쉽지 않다.

갯벌에서 육지를 봤을 때 저 끝에 새들이 올 수 있는가, 생태계가 연결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염전, 논 등을 매입해서 육지부의 오염을 막는 동시에 땅을 생태계에 돌려주고, 그곳에 생태계 서비스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것,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주민과 시민이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순천의 방향성은 매우 훌륭하다. 순천은 습지와 생태를 위해 배후공간을 내주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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