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추석 앞두고 다 익은 나락 갈아엎고 삭발까지
9월말 쌀시장개방 대외공표 앞두고 사력저지 나서

9월이 시작되면서 농민들의 쌀시장 개방 반대 움직임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1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소속 농민들이 ‘쌀시장개방 저지 투쟁 선포식’을 열고 전국 동시다발로 다 익은 벼를 갈아엎고 삭발까지 단행했다. 

▲ 정부의 일방농정에 농민들 삭발까지 단행

추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농민들이 이 같이 분기한 것은 정부가 9월 말에 쌀시장개방(쌀 관세화) 방침을 WTO에 통보하고 대외적으로 공식화하기로 한 때문이다.     
  
지난 6월 정부의 쌀관세화 방침이 가시화되면서 지난 2개월 동안 전국의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졌다. 농민들은 논을 갈아엎고 농기계를 반납했으며 시민∙사회단체는 반박성명을 통해 정부의 방침을 비난하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관되게 쌀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며 시장개방 후 수입될 쌀에 고율관세를 부과해 국산 쌀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오고 있다. 추세대로라면 9월 말 쌀시장 개방이 대외적으로 공식화될 전망이다.

이에 한 해 농사를 수확하고 추석맞이로 활기가 넘쳐야할 농민들이 다 익은 나락을 갈아엎고 삭발을 단행하며 쌀시장 개방저지를 위한 결의에 나선 것이다. 9월말까지 추석명절도 뒤로하고 총력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고재건 정책위원장은 “국민의 식량주권이 달린 쌀 정책을 국무총리도 아니고 1개부서 장관을 내세워 기습적으로 공포한 것도 모자라, 4자협의체를 통해 제대로 논의라도 해보자는 농민들과 국회의 요구에 이미 실효성 없는 것으로 밝혀진 고율관세 운운하면서 정부가 귀를 막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통행 농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고 위원장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의 불통 농정에 지쳐 농민들은 수확한 쌀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며 “우선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4자협의체 구성에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전농 소속 농민들은 쌀시장 개방 저지를 위해 9월 중순 전국 시∙도∙군 단위에서 먼저 농민대회를 개최하고 기세를 모아 9월 말 상경해 범국민대회를 갖고 총력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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