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리 - 파노라마 in 순천


▲ 출사, 그 짜릿함에 대하여
도사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 중인 노인미디어교육‘파노라마 in 순천’교육참여자들이 순천만으로 출사를 떠났다. 이 교육은 지역의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교육으로 DSLR카메라를 활용한 이론교육과 출사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카메라 메뉴 글씨가 너무 작아서 조작이 힘겹지만 어르신들의 눈으로 봐라본 세상은 차별화된 구도와 앵글이 있다. 순천만 들녘을 촬영 중인 도사동 양지승(73세)어르신

 
“찰칵”과 “차~알~칵”의 사이, 무더위가 시작하는 초여름을 카메라에 담으며 셔터스피드를 익히고 있는 실버사진작가단이 있다.


“선생님! ‘찰칵’으로 찍었더니 시커멓게 나와요!”

“저는 ‘차~알~칵’으로 찍으니 흔들리게 나오는데요?”

“나도 잘 안 돼!”

“선생님! 내 카메라 좀 봐줘요!”

꼬리에 꼬리를 달고 질문에는 여백이 없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가득한 순천도사동주민센터,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진교육 ‘파노라마 in 순천’이 교육참여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교육은 순천시와 전남문화예술재단이 공동주관하고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두드림(이하 두드림)이 주최하여 지역의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도사동 어르신미디어교육은 작년에 이어 2회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박람회장을 주제로 한 영상제작교육이었다면, 올해는 순천의 이구석저구석을 어르신의 눈으로 사진프레임에 담아내는 과정이다.

교육참여자들이 담아내는 사진 속에는 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다. 순천만갯벌의 변화를 고스란히 지켜봐 온 갈대처럼 뿌리깊은 이야기, 여순사건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상생이라는 거대 역사를 토해내는 이야기, 죽도봉 정상에 서서 키워왔던 검정색 교복의 꿈들. 어르신들이 바라보는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는 순천의 지금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순천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분들이 누르는 셔터에 파노라마로 펼쳐지게 된다.
 

출사, 그 짜릿함에 대하여

지난 7월 11일 금요일, 태풍 너구리가 큰 피해 없이 지나간 하늘을 카메라에 담고자 실버사진작가님들이 순천만으로 출사를 떠났다. 교실에서 이론을 배우고, 여러차례 촬영연습을 하고 실전에 나선 어르신들, 배운대로 잘 찍을 수 있을지 기대가 가득했다.

교육강사가 전하는 이날의 키워드는 ‘단순화’였다. “나의 눈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카메라의 눈에는 보이는 건 다 보입니다”라며 대상의 단순화를 언급했다. 초록의 들판이 펼쳐진 순천만은 갯벌로부터 전해지는 실바람과 함께 한낮의 무더위를 잊게 했다. 어르신들은 이 한낮의 무더위를 즐기고 계셨다. 지칠 줄 모르는 카메라 셔터소리. 파란하늘과 뭉개구름, 갯내음과 초록의 갈대밭 그리고 쇠백로의 여유로운 자태는 카메라를 목에 멘 어르신들을 흥분시키에 충분했다.

“그동안 순천만에 오면 그냥 구경만하고 지나쳤는데 오늘은 새삼 느낌이 다르네요. 여기저기 유심히 봐지고 순천만이 달리 보이는 것 같네요.”

순천만이 달리 보인다는 김동지(75세) 어르신은 이날 노출값 조절하는 법을 정확히 익혔다. 배워도 늘 어려웠는데 이젠 상황에 따른 노출값 질문에 대답이 척척 나온다. 사위에게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사용법을 몰라 장식품이었는데 이제 사용해볼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 뜨거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시는 한백천(79세) 어르신
순천만에서 태어나고 평생을 살아온 한백천(79세) 어르신은 감회가 새롭다. 그저 어린시절 놀이터였고, 삶의 터전이었던 이 곳이 이제 당신의 새로운 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나이 먹어 뭘 또 배울 수 있을까 싶었다. 그저 누르면 찍혔던 사진기였는데 때에 따라 조정을 하라는데 배워도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도전이 기쁨이 되고 있다는 한백천 어르신이다.

실버사진작가단의 유일한 홍일점 김방자(72세)님은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여. 자꾸 해도 잊어버리고 깜깜하네”라며 카메라 조작법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절대 포기는 없다. 다리도 불편하고 카메라 속 글자도 잘 안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배우신다. 이날은 휴대폰으로 순천만을 찍어서 SNS모임방에 사진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어르신들은 모임 이름도 지었다. ‘파노라마 인 순천 차~알~칵’ 스피드한 세상에서 셔터스피드를 늦추고, 어르신들의 여유로운 눈으로 아름다운 순천을 시나브로 담아내겠다는 포부다. 한 분 한 분 어르신들이 사각프레임 안에 담아낼 순천, 오랜 추억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차별화된 작품이 기대된다.

이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을 맡고 있는 두드림의 유빛나 담당자에 따르면 “노인미디어교육 ‘파노라마 in 순천’ 사진교육은 이론과 실전을 지속적으로 반복할 것이며, 교육종료 이후 11월경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선별하여 전시회를 개최하고 사진집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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