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순천에 대기업이라고 하면 시민 모두 현대제철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파업, 투쟁 소식에 ”현대노조는 귀족노조면서 무엇을 더 요구하나“ 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장영석 현대제철 순천단조 비정규직지회 지회장과 이병용 현대제철 순천비정규직지회장을 만나 순천 현대제철 노동조합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대제철 순천에 단조공장, 냉연공장 두 공장

순천 현대제철은 두 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정확하게는 두 개의 다른 회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철을 두드려 가공하는 단조공장, 냉간압연 방식으로 철을 가공하는 냉연공장이 있다.

단조공장에서 생산된 철은 주로 조선업에 쓰이며 주 납품처는 현대 중공업이다. 냉연공장에서 생산된 철은 주로 자동차 등에 쓰이며 주로 현대자동차로 들어간다.

만드는 철의 용도부터 작업환경, 근무조건 등이 모두 다른 두 공장은 설립부터 아예 궤를 달리한다. 냉연공장은 흔히 아는 기존 현대 하이스코가 현대제철로 합병되며 이름만 바뀌었다고 할 수 있고, 단조공장은 2015년 spp율촌에너지 단조부분을 인수하며 당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같은 금속노동조합, 노조 사정은 제각각

현대제철은 당진, 인천, 포항. 순천, 울산에 걸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장별, 공장별로 노조가 별도로 결성되어 있다. 다 같은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소속이지만 노조의 사정들은 각각이다.

순천 냉연공장은 지난 2005년 6월 13일 현대 하이스코 시절 창립되었다. 창립되자마자 현대 하이스코가 4개 하청업체를 직장 폐쇄하면서 120여 명의 노동자를 대량 해고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복지나 근로 환경 개선 등을 넘어 생존을 위해 싸워왔다. 이후 2011년부터 현대제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통해 1, 2심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되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로부터 5개사 13개 공정의 근로자 516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아냈다.

이 지회장은 “순천 냉연공장은 전 공정에 거쳐 불법 파견을 인정받았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가 있음에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며 “부랴부랴 자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불법 파견의 형태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순천 단조공장 노조는 2018년 4월 8일 창립했다. 고된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과 비정상적인 근무체계, 터무니없는 복지 수준 개선이 노조의 우선 과제였다. 장 지회장은 노조 결성식을 떠올리며 “단조공장은 야간근무만 한다. 전기를 이용해 쇠를 녹이는데 야간 전기료가 저렴해서다. 근무자들은 저녁 10시경 출근해 익일 9시까지 근무다. 하지만 노후화된 설비로 기계정비가 반복되서 12시쯤 퇴근하기 다반사다. 아무리 젊다 하더라도 12~13시간에 걸친 중노동을 하면 집에 들어가 쓰러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쓰러진 근무자도 있다”라며 “급여 수준은 정규직 대비 60%도 안 된다. 복지는 30% 미만일 것”라며 열악했던 근무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 첫 입사 때부터 들어왔지만 지켜진 건 하나도 없다

단조공장 노동자들은 현대제철 자회사 IFC의 협력사인 경신스틸 소속이다. 지난 2020년 현대제철은 불법 파견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자 50여 명의 행정사무직으로 IFC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산하 협력업체 3곳을 경신스틸로 통합했다.

장 지회장은 “당시 경신스틸 대표를 포함한 간부진은 2년 정도 지나면 IFC정규직이 될 거라고 공언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단조공정을 진행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의 80%에 달하는 임금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을 첫 입사 때부터 들어왔지만 지켜진 건 하나도 없다고 밀한다.

이에 노동조합은 임금 상향 및 전년도 임금인상분, 성과급 등을 요구했지만 IFC 및 경신스틸의 반응은 황당했다. 순천 단조공장을 올려주면 당진, 인천, 포항 등지의 노동자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해야 하기에 현대제철에서 불가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장 지회장은 “현대제철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알아서 운영하라고 해놓고, 임금협상이나 업무지시 등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실질적으로 IFC와 경신스틸은 현대제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냉연공장은 조금 다른 문제에 처해있다.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투쟁해 오며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확정된다 하여도 문제는 남아있다. 이 지회장은 “먼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1차자 157명만 정규직으로 우선 전환 후 강제 인사명령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현대위아의 경우 최종 승소한 90여명의 근로자들은 평택공장에 근무 중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60여명은 창원, 울산 공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런 사태와 관련하여 이 지회장은 “157명뿐만 아니라 2차, 3차자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해야한다. 모두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 “재판을 10여년 이상 끌어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대기업에서 질질 끈다하여도 정부에서 의지를 가졌다면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정부 태도를 꼬집었다.

▲ 두 노동조합의 최종적인 목표는 역시 정규직 전환이다.

냉연공장 노동자들의 1차 목표는 현대제철과 협상이라도 해보는 거다. 소송이 이뤄지는 긴 시간 동안 사측은 한 번도 협상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 지회장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심에서 승소하며 120억 원의 채권이 생겼다.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해도 120억이면 충분하다. 자회사 정규직 또한 불법 파견을 통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착취하고 사고의 책임은 회피하려는 비겁한 행위다”라고 강도 있게 비판했다.

그는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총파업 등 강경 대응이라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을 통하여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 생계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동지들도 많다. 1심 판결만으로도 정부 명령을 통해 즉각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법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기업은 시간 끌고 버티며 왜곡된 꼼수를 부린다”라며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조지회 역시 정규직 전환이 최종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2020년에 시작되어 아직 1심 판결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자회사 정규직이라도 전환되어 고용안정과 약속받았던 급여를 보장받는 것이 우선이다. 장 지회장은 “역도에서 용상과 같다. 내가 가슴만큼만 올려놓으면 후배들이 머리끝까지 들어 올릴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현대IFC 및 경신스틸과 협상 중이다. 요구했던 바를 다 이루진 못하지만 현재 60%정도까지는 진행되었다. 단조지회는 앞으로의 큰 투쟁이나 대규모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없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 “귀족노조 배부른 소리”는 사양

각기 다른 투쟁을 하고 있는 두 지회장이지만 겪고 있는 힘든 점은 비슷하다. 바로 시민들의 시선이다. 실제로 “빨갱이들 또 시위한다”, “받을 만큼 받으면서 뭘 더 받으려고 저러나”, “귀족노조 배가 불렀다”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이 지회장은 “(현대제철이) 협상테이블에 앉은 적도 없다. 대화를 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단체 행동을 통해 교섭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거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정규직 노조와 아예 다른데도 귀족노조라는 시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사실 많이 힘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힘들고 고된 업무를 하는데 급여는 55%~60% 수준이다. 이제라도 현대제철은 노동력 착취를 그만두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제공해야한다”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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