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전라남도교육청 전남혁신학교지원센터 파견교사
이형민 전라남도교육청 전남혁신학교지원센터 파견교사

산업화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해 오던 교육의 기능이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금까지 교육은 성적과 입시를 통한 선발, 직업과 고용이라는 출세의 수단에 가까웠다. 최근에 등장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 성장’이라는 구호가 옳기는 하지만, 학생을 지식전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 활동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반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떤가? 기존 직업의 총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후환경의 위기와 무관하게 누군가 끊임없이 물건을 소비하고, 시장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자본주의가 끝없이 성장한다면, 교육이 과거의 선발과 출세 기능에만 충실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성적을 학력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역량과 동일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연구나 사례는, 개인의 능력이나 역량의 상당 부분이 관계를 포함한 정서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말하며, 이것을 독립된 개인이 아닌 사회화 과정의 결과물로 해석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지식’의 부재가 아니라 자기 ‘선택과 활동’의 부재이다. 지식의 총량은 주입으로 가능하지만, 그 지식의 의미나 동기는 스스로 문제 상황에 직면하는 자기 활동이 있을 때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십여 년 간 학생들의 관계를 확장하고,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마을과 지역의 협력으로 연결됐다. 학교 담장 밖 삶의 여건이 학교교육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학교 내부의 자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교육을 교실 안 교과활동으로만 한정했다면 그런 필요성에 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아이들의 관계나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탐색하는 과정이 문제 해결 과정의 협력과 참여로 이어졌고, 과거와 다른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관계방식이 지역 협치, 거버넌스, 민관 협력, 마을교육공동체와 같은 이름으로 정책화됐다. 이는 협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최근 이런 사례를 통해 교육의 공공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공공성이란 형식으로서 공립과 사립을 분리하는 용어가 아니다. 내용으로서 공공의 이익, 다시 말하면 학생의 성장과 그들이 살아갈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이다.

결국, 공공성이란 사회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일이다. 이는 보다 많은 사람이 기여할 수 있는 참여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으며, 민주성, 다양성, 개방성을 필요로 한다. 반대로 독점성, 획일성, 폐쇄성은 공공성에 위배되는 활동방식이며, 이는 형태로서 공교육이나 자격증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우리 사회가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변화는 민관 구분 없이 구호로 선포하고, 타인에게 요구하며, 신규 사업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변화라는 이름으로 성과나 결과에 초점을 두는 방식은 사업만 키워내고 조직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두고 우리는 ‘관’주도, ‘행정’주도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란 행위자들의 관계방식, 활동방식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는 대개 결과물에 관심은 있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는 조건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의미 있는 독특한 사례들은 ‘연결하고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관계’나 ‘활동방식’이 변했을 때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순천은 전남의 어떤 시군보다 탁월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순천과 다른 지역의 차이는 바로 시민활동성에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단체나 개인들의 표현이 다양하고 활발하다.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22개 시군 중 선호도가 높으며, 학교문화 또한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다. 다양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활동이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경비 관련 조례 제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통해 적지 않은 진통이 있다. 앞서 언급한 거버넌스나 지역협력의 근본 취지가 어디에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을 처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다양한 자원의 연결, 협력, 참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민관의 구분 없이 문턱을 낮추고 협력의 어려운 점을 해소하는데 서로 다른 역할로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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