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 위해 100인위원회·도시락파티·입법청원 등 추진

지난해 7월 3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생태도시 순천 조례' 제정 시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3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생태도시 순천 조례' 제정 시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시민이 제안하고 토론하며 직접 만든 조례가 ‘생태도시 순천’을 빛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순천시의회 25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순천시 생태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조례안’(생태도시 조례)을 의결하면서 다른 지자체에서 볼 수 없는 ‘생태도시 조례’를 갖게 됐다.

다만, 몇 가지 수정 의결을 거쳤는데, ‘위원회’를 ‘생태위원회’로 명문화하고, 8조에 예산·결산 및 감사 승인에 관한 사항 신설하고, 27조(재원 조달방법 및 규모)를 삭제했을 뿐이다. 27조 삭제는 차후 재원 조달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미리 확정해둔 비율을 삭제했다.

시민(단체)도, 순천시도 ‘생태도시 조례’에 자부심을 가진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시장 면담에서 시민단체가 조례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태도시 조례’가 나오는 계기가 됐다.

김인철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순천 미래상을 시민들과 토론하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는 것을 여러 분야에서 하면서 시민들이 스스로 ‘생태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조례로 다듬는 부분은 쉽지 않았는데 시 협조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 과정에 ‘도시락파티’로 진행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김 소장은 “회의를 하자고 하면 (분위기가) 딱딱한데 도시락을 먹으면서 민의를 모아내는 과정을 생활 속에서 하는 것으로 하자고 해서 한솥밥 먹는, 식구들이 식사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하고 때론 깊게 사고하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락파티 형태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순천 시민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매주 도시락파티를 열고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순천 시민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매주 도시락파티를 열고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을 이어갔다.

‘생태도시 조례’를 뒷받침해 온 시 기획예산실에서도 조례 제정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지만 기획예산실 차장은 “무엇보다 도시락파티가 가장 인상깊었다”며 “시에서는 지켜봤을 뿐 시민들이 직접 조례를 만들고 토론하는 과정이 좋았다”고 밝혔다.

생태도시 조례에 관해서도 김 소장은 “조례에 강제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며 평가 문제를 공식화한 데도 의미를 부여했고, 교육부분도 포함해 특히 공무원 교육을 강화해 정책화에 다가가게 하고, 시민 교육 문제까지 담아서 추진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그러면, ‘생태도시 조례’가 제정됨으로써 생태도시에 역행하는 사업들을 견인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김 소장은 “조례 안에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생태도시에 부합되는 자치법규 재정비’를 넣었다. 그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의견 수렴 등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의미를 뒀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생태도시 조례’는 1년 6개월이 넘는 긴 과정을 거쳤다. 2019년 말에 시민(단체) 제안으로 조례 제정을 시에 제안했고, 지난해 2월 19일 시민 545명 서명으로 조례 제정 정책토론회를 청구했으며, 2월 28일 시정조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토론회 개최를 수용해 5월 12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책토론회를 토대로 조례 제정을 위해 100인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을 시작했으며,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도시락파티’라는 이름으로 조례안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모임이 매주 열렸다. 7월 31일 조례안 완성을 위한 사업과 조직 구상을 담아 시민토론회가 열렸고, 조례 추진위원회를 거쳐 11월에 조례안이 마련됐다.

시민위원회는 11월 18일부터 조례 제정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시작해 올해 1월 말까지 시민 5,540명 서명을 받아 2월 17일 입법청원에 나섰다.

순천시생태도시조례제정시민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시민 5,540명이 서명한 생태도시 조례 입법청원을 순천시에 전달하고 있다. (제공=순천시)
순천시생태도시조례제정시민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시민 5,540명이 서명한 생태도시 조례 입법청원을 순천시에 전달하고 있다. (제공=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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