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코서비스

“와~파랑새다~~!!”
누군가의 외침에 하던 일을 멈추고 새들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아니고 주름진 얼굴의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었다. 새소리만 듣고도 신이 나서 얼굴 표정은 밝아지고, 목소리는 맑아지고, 눈빛은 고와진다. 파랑새 한 마리의 출현으로 한참동안 새들의 생태와 생김새를 이야기 하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던 생태해설사들이 지난 5월 26일 순천에코서비스(Suncheon Ecosystem Service)를 창립했다. 순천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태해설사들과 생태관련 연구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뜻을 품고 뭉친 것이다.
 

순천에코서비스 창립 이유

순천에코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의 회원들은 다년간 순천만에서 생태해설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다. 정원박람회 기간 동안 하루 종일 일하고 활동비 45000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한 달에 6~8일 일하고 이제는 그나마도 할 일이 없다. 수입이 되지 않고, 일도 없으니, 많은 생태해설사들이 다른 일을 찾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세계해설가협회, 한국지부 자연환경해설가협회에 속해있어 모든 자연에 관련된 해설을 한다고 해 왔지만 그것은 이상일 뿐이었다. 뭐라도 전문성 있게 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습지중심의 활동으로 전문성을 살려보겠다며 조류, 저서생물, 염생식물, 갯벌이라는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조사하고 있다.

해설사들은 조류와 식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하며 현장의 생생한 변화를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탐방객과 현장에서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연구조사, 순천 인근 모니터링, 생태교육과 생태교재개발, 생태관광을 목적으로 모였다고 한다.

9인승 스타렉스에 회원들을 가득 싣고 고생을 마다않고 사람들과 조사 작업을 진행하는 강나루 교육팀장에게 물었다.

 “이렇게 땀 흘리며 조사, 연구해서 만들고 싶은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그의 답변에는 미래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있었다.

“순천만에 오면 생태해설사들이 순천만 곳곳을 걸으며 동행해서 안내한다는 사실을 알고 관광객이 순천을 찾아오면 좋겠어요.”

순천만은 별량, 거차. 화포, 해창, 노월, 와온으로 이어져 있어 마을과 마을 사이, 산과 들판 사이, 들판과 갯벌 사이 펼쳐진 드넓은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생물종들이 살고 있어 곳곳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해설사들은 “드넓은 순천만은 해외의 어느 지역보다 여행객들이 탁 트인 자유로움을 만끽할만한 곳”이라고 추천한다. 실제 순천만을 둘러 이어져 있는 남도삼백리 1길을 대여섯 시간 걷고 나면 외국여행이 필요 없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즐거운 조사 과정

짱뚱어들이 힘차게 춤을 추며 놀고 고둥은 구불구불 지도를 그리며 앞을 향해 기어가고 있다. 백로들의 여유로운 날갯짓과 작고 여린 흰물떼새의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갯골이 흘러가는 곳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 갯벌 안에서 기거나 뛰= 움직이는 온갖 생명들의 움직임은 인간사 시름에 젖은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강렬한 한낮의 태양을 피해 작은 나무에서 하염없이 그곳을 바라보는 일은 숲의 아름다움에 머무는 일만큼 신비로움이었다. 생태조사 한 것을 기록하며 사람들은 인근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태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순천만 정원’만을 관광지로 할 것이 아니라,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 사람들이 머무는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목포가 고향인 김옥현 씨는 아들 때문에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지금은 순천이 고향 같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생태계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고 이곳을 드나드는 일이 기뻐요.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더더욱 순천만을 잘 보존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에코서비스 회원 박백자 씨는 “이 곳을 걸을 때면 세상 시름이 바람에 다 날아갑니다. 순천만은 사람을 치유하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며 기쁨을 드러냈다.
 

‘순천만 정원’세계적이려면

순천에코서비스 주선규 대표는(66세) 대림산업을 다니다가 은퇴한 사람으로 공장에만 살다보니 자연이 그리워서 자연환경해설가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여행을 좋아해서 세계 5대 연안 습지를 다 돌아봤지만 순천만처럼 아름다운 곳은 없었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순천만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춤추고 있는 갯벌이 있다는 것이다.

▲ 순천에코서비스 주선규 회장(오른쪽)과 강나루 교육팀장

그는 정원박람회를 보면서 순천만이 세계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여 순천만을 조사해서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결심이 생겼다. 그는 눈이 나빠서 시력이 좋을 때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아두려고 여행을 즐기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순천만 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고 한다. “미국 서부 시애틀 어마어마한 습지가 있습니다. 순천만은 낮은 습지에 희귀한 곳을 살려서 또 하나의 명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며 “순천만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순천만 인근의 생물종과 자연의 보고를 조사하고 지역민들과 연계하여 자연을 보존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는 생태여행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며 포부를 밝혔다.

▲ 순천만 조사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과 기념촬영

이들이 앞으로 조사하고자 하는 영역은 순천만 식물도감 및 생태지도 만들기, 순천만 조류 번식과정 관찰 및 개체 수 조사, 순천만 저서생물도감 및 생태지도 만들기, 순천만 주변 주민 생활상 조사 등이다. 순천에코서비스 회원들은 언젠가는 순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생태해설을 하며 이 길을 걷게 될 날이 올 걸로 예측하고 있다. 답사를 다니며 더 생태적인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걷고 있는 순천에코서비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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