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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② 소설 '태백산맥'이 움직인다
박발진 편집위원  |  parkbal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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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승인 2019.07.04  11: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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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발진 편집위원

   
 

“워따 말도 마시오잉. 고것이 사람 헐 일이었간디라. 죽지 못혀 사는 가난헌 개 돼지 같은 목숨들이 목구녕에 풀칠하자고 헌 거제. (중략) 하여튼지간에 저 방죽에 쌓인 돌뎅이 하나하나, 흙 한 삽, 한 삽이 다 가난한 조선사람덜 핏방울이고 살덩어린디. 저 중도(中島)방죽, 눈에 뵈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여. 뻘 속으로 들어간 거시 두 배나 되제.”

 

   
 

이 대사를 듣자 초여름의 더위마저 서늘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중도방죽 넘어 너른 들판에서 조선 소작농들의 피와 땀이 쌀로 바뀌어 이곳 벌교항에 모여 다시 일본으로 옮겨졌던 것이다. 강한 햇살 아래서도 역할극을 하는 배우들이나 관람객 모두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6월 8일 토요일 아침 보성군 벌교읍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으로 차를 달렸다. 오늘은 연극과 해설이 함께하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이 있는 날이다. 벌써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하였다. 

 

   
 

큰 키에 너그러운 인상을 주는 아저씨가 작고 까만 가방을 어깨에 메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순천의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코너 두 번째 주인공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단장 김준희 씨다. 

 

   
 

문학관 앞에서 이십 여명의 탐방객이 모였다. 경남 진영읍 한 교회에서 11 명이 참석하였다. 김 단장은
“서울, 경기도뿐만 아니라 경상도에서도 많이들 오신다”고 하였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깊단다. 

“최대의 고민거리는 십 년째 진행해 온 문학기행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까입니다.”

 

   
 

중간에 여러 번 고비가 있었지만 일단 십 년은 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가 바로 그 십 년째이다. 해산을 할 계획이고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단다. 첫 번째 상황극은 ‘현부자 집’에서 펼쳐졌다. 눈치를 보아 중간 중간 질문을 던졌다.

 

기자: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하게 된 거예요?”
김 단장: “젊은 시절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감옥에도 갔고, 태백산맥 소설을 보면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잖아요, 저는 소심하고 안전하게라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뜻맞는 분들과 ‘태백산맥 문학기행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함께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에 작은 거라도 의미 있는 봉사를 하기로 마음을 모았죠.” 

 

   
 

기자: “태백산맥 상황극이 김 단장님에게 어떤 의미나 중요성이 있나요?”
김 단장: “이건 이 지역에 사는 분들의 연대이고 문화적 자부심이고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의 놀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것,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해서 소설 ‘태백산맥’이 코앞에서 펼쳐지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상황을 연극으로 보여 주는 것은 우리 문학기행단의 큰 자랑이자 독창성입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힘이 묻어났다. 어느 사이 일행은 ‘소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기자:  “다른 관심이나 취미는 없나요?”
김 단장: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가끔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는 정도입니다. 연극 말고 최근에 순천교육참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을 맡았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기자: “평소 좌우명이나 스스로 지키려고 하는 약속 같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김 단장: “별로 없습니다. 있다면 1년에 한 번은 꼭 화를 내자. 이런 거.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저의 약점이자 강점입니다. 벌써 한 20년 전기 안전관리 일을 하고 있는데 적성에 맞는지 만족하며 일합니다.”


‘일 년에 한 번씩 화를 내자’는 말에 기자는 충격을 받았다.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내가 맞추면 적성도 맞는구나!’ 점심을 먹고 정치에 대해 질문을 했다.


기자: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현재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자: “나쁜 것에 대항해서 오랜 기간 싸워왔고 이제는 좋은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두 번의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실패한 것은 아니죠. 앞으로도 소신껏 나아가겠습니다.” 

 

어느덧 아름다운 벌교만 갈대밭에 이르렀다. 순천만이 약간 잘 다듬어진 정원 같다면 이곳은 야생성이 더 묻어난다. 중도방죽에 이르러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이제까지 하던 생업과 문화 쪽 일과 정치를 잘 조절해 가려 합니다. 한 가지 순천 시민들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제 올해 네 번 남은 태백산맥 문학기행에 꼭 한 번은 와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다시 문학관 주차장에 들어섰더니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외침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짧은 한 문장에 ‘인간’이란 단어가 세 번이나 쓰여 있었다. 기자는 ‘문학’ 대신 그 자리에 ‘정치’라는 단어로 바꾸어 보았다. ‘정치는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박발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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