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書] 박발진 편집위원

대기오염 측정 결과 조작에다 목질계화력발전소까지...

주민들은 배신감과 충격

지난 4월 17일 저녁 뉴스를 본 우리 지역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여수산단 지역의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ㆍ황산화물 등을 속여서 배출한 사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환경부와 환경부 소속 영산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이 발표한 것이다. 온 국민이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던 터에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배출가스 무단 방출 보도(3월 7일 KBS 9시 뉴스)로 크게 분노했는데 광양만권 기업체 그것도 대기업들이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뉴스는 주민들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충격을 주었다. 특히  2011년 기업체들이 스스로 저감목표를 정한 후 5년에 걸쳐 오염을 줄이는 소위 ‘자발적 협약’이 광양만권 등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환경부가 자랑했는데 이것 또한 의심받게 되었다.

 

순천 안방에서도 발전소 굴뚝 연기가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국내 최대규모의 목재 펠릿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소(일명 목질계화력발전소, 이하 발전소)가 광양만 황금산단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작년 12월 26일 산업자원부는 광양그린에너지(대표이사 황정현)에게 사업 인가를 내어 주었고, 37,000평의 부지에 6,820억원을 투자하여 220MW급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금년 3/4분기 착공하여 2022년 2/4분기 준공할 예정이다. 지난 5월 14일 광양시 골약동 주민센터에서는 발전소에서 필요한 원료를 수입할 연료 부두 축조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수년 안에 순천 신대지역 아파트 안방에서 화력발전소 굴뚝 연기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늘에는 담장이 없다.

▲ 기자와  인터뷰 중인 박수완 사무국장

국내 최대 대기 오염원인 남해화력발전소가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광양만권에는 총 16기의 화력발전소가 현재 가동 중이고, 광양제철소, 여수산단에서 내뿜는 대기오염물질과 온배수 배출로 하늘과 바다가 최악의 오염 상태가 된 지 오래되었다. 광양만녹색환경운동연합(대표 이재민) 박수완 사무국장에 따르면 “광양만권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2004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역학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으며, 조사 지역에서는 호흡기 질환이 전국 대비 5배나 높고 특히 청소년은 53.8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 지역의 호흡기계나 피부 질환 발병률, 갑상선암 등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 광양만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

 

주민들이 나섰다

그동안 행정당국의 지도 감독에 믿고 의지했던 주민들이 이제 환경단체들과 손잡고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립 반대 범대위 실무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재원씨는 “발전소는 환경부의 ‘통합허가’를 최종적으로 남겨두고 있어 시민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고 하였다. 

▲ 바이오매스발전소 건립 반대 범대위 정재원 실무위원이 광양만권 오염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거의 하루걸러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일인시위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20일, 녹색연합은 주민들과 함께 성금을 모아 광양·여수·순천·하동·남해 등 5개 지역 8개 지점에 중금속·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조사를 위한 간이측정기를 직접 설치하고 5월 28일,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검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감시와 당국의 적극적 행정,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한편 여수산단 대기오염 조작 관련업체들은 표면상 사과하고 악화된 지역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엘지화학 서울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에 따르면 염화비닐 배출량을 50% 이상 저감하고 PVC페이스트 공장은 폐쇄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또한 광양바이오매스 대외협력단 김기봉 실장에 따르면 “이 사업은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유연탄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늘리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우드펠릿이 유연탄 대비 미세먼지는 2%, 질소산화물은 1/3 수준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수차례 속아왔다”고 말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염 유발 사업체들은 근로자들의 복지나 주민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손익계산을 먼저 고려하고, 행정 당국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극적 대응하기 쉽다. 그래서 과거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도록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더욱 철저한 감시와 근원적 오염 저감 대책 수립과 실행을 요구해야 할 주체들은 다름 아닌 주민 자신이다. 하지만 환경 오염 문제가 전문적 영역이면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입증을 해야 하는 법적 제도적 맹점으로 인해 주민들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번 조작 사태도 오염측정업체 선정과 비용을 오염을 발생하는 사업체에게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우선 개별 기업체뿐만 아니라 광양만권 전체적인 환경 오염 실태에 대한 종합조사 그리고 주민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장기간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동시에 현재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고 있는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를 즉각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의 오염 방지시설의 설치의무 면제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였으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 

 

지역의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와 함께 깨끗하고 안전한 생활 환경은 단기간에 어느 일방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 지역민들의 관심과 행정당국, 기업체 등 관계 당사자들이 정직하고 열린 태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제 순천시민들도 “순천 일부 지역의 오염 유발원은 인근 여수나 광양에 비해 적지만 지정학적 이유와 해양성 기후 등의 영향으로 오염 피해는 오히려 더 크다”고 밝힌 광양의 한 환경단체의 진단을 의미있게 새겨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순천광장신문은 이 문제에 더욱 관심 있게 취재·보도할 것이다.

박발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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