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김익중의‘한국 탈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여러 사람의 삶을 바꿨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후쿠시마에 살던 사람들이다. 아직도 15만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합판으로 만들어진 가설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피난을 한 어린이, 청소년은 졸지에 학교와 집 모두를 옮겨야 했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은 생명체의 몸속에 축적되고 있다. 땅과 바다가 오염되고 먹을거리가 오염되었다. 암, 백혈병 등 각종 질병들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삶도 바꿨다. 그 대표적인 사람 중에 한 명이 김익중 교수(동국대학교 의과 대학)이다. 당시에 김익중 교수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문제를 놓고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의대 교수 중에서 반핵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 강의록을 정리해서 최근에 낸 책이 ‘한국 탈핵’(한티재 펴냄)이다. ‘한국 탈핵’에는 그동안 김익중 교수가 조사하고 토론하며 정리한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이 책을 한권 읽고 소화한다면, 아마도 핵발전소나 방사능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핵발전소를 떠받치고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주장이 있다.

첫째, 후쿠시마는 폭발했지만, 한국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는 것이 김익중 교수의 결론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수, 테러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날 수 있다. 김익중 교수는 대한민국의 핵발전소 사고 확률도 계산해 보았다. 그는 대한민국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확률을 27%로 보고 있다.

둘째, 두 번째는 핵발전소가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핵발전소가 경제적이지 않다는 근거는 너무 많다. 김익중 교수는 그 근거들을 책에서 상세하게 제시한다. 나도 요즘 핵발전소에 대해 설명할 때에 많이 인용하는 자료 중에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나온 ‘핵발전소의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소 발전 단가를 계산할 때에 사고 발생 위험 비용, 핵발전소 해체 및 환경 복구 비용, 사용 후 핵연료(핵 발전에 쓰고 난 연료봉) 처리 비용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익중 교수는 이런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핵발전소는 결코 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국 탈핵’에서는 최근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이미 우리가 방사능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알고 최대한 안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방사능에 취약한 영·유아나 여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집단 급식에 대해서는 최대한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사능 얘기가 나오면 김익중 교수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얘기이다. 안전한 방사능은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인용된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저선량 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방사선 피폭이 되면 미량이라고 할지라도 암 발생 확률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한 기준치는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는 것이 김익중 교수의 설명이다.

밀양 송전탑 문제의 근원도 핵발전소에 있다. 바닷가에 있는 고리-신고리 핵발전소에는 이미 6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그런데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새로운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다 보니 송전선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리1호기 같은 노후 핵발전소만 폐쇄해도 밀양 송전탑은 필요 없다.

그래서 김익중 교수가 바라는 ‘한국 탈핵’은 그가 쓴 책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의 강의를 들은 시민들, 그의 책을 읽은 시민들. 그리고 방사능과 핵발전소, 송전탑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만 ‘한국 탈핵’은 가능하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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