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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북 리뷰] ‘우찬 엄마 그리고 정혜신’
박발진 편집위원  |  parkbal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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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9.04.30  1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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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북 리뷰] 영화<생일>과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 영화 <생일> 포스터
   
▲ 도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다시 ‘4·16’이다. 올해로 세월호 참사 5주기이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징글징글하다”며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정작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리고 어떤 태도가 ‘4·16’을 맞는 합당하고 정중한 자세이며 무엇을 기억해야할까? 그런 아픈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불편한 질문을 시도하는 영화 <생일>(이종언 감독)이 4월 3일 개봉되었다.

 

장면 #1 : 왜 묻지 않았을까?

해외에서 근무하던 정일(설경구 역)은 아들 수호(윤찬영 역)의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즉시 귀국하지 못하였다.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던 순남(전도연 역)은 이혼장을 내밀었다. 그녀에게는 ‘왜 그때 늦었느냐’는 질문이나 원망조차 할 힘이 없었을까? 가족의 사망 사고조차 외면해야 할 긴박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묻지도 않은 순남의 태도가 기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한 가장이 수년만에 귀국하였는데 가족들이 이사 간 새집 주소도 잘 모르고 또 어렵게 찾아갔는데 현관문조차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를 설정한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는 얼마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장면 #2 : 온 가족의 트라우마 그리고 이웃들

큰 사고는 눈에 보이는 흉터도 남기지만 마음에는 더 큰 상처가 자리잡는다. 평온한 듯 보이지만 수호네 집도 온 가족이 <심리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들의 공부방은 치우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남아있고, 엄마는 깜빡이는 쎈서등에도 아들이 영혼이 찾아왔나 두리번 거리고, 딸 예솔(김보민 역)은 물가에 들어가길 싫어한다. 어느 날 엄마는 아들의 생일 기념으로 새옷을 사와 아들방에 걸어 두고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어린 여동생 예솔이 ‘내 옷은 없어?’라고 묻는다. 엄마는 예솔이한테 꾹꾹 눌러온 감정을 갑자기 폭발시킨다. 그리움과 후회, 억울함과 분노 등이 한번에 드러난다. 순남의 감정은 때때로 대성통곡으로 이어져 아파트 주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보상금’에 대한 가족 친지들의 언급은 그 자체로 분노의 방아쇠이다. 해외에 있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수호가 여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일이 그 여권을 들고 공항으로 찾아간다. 출국 스탬프를 찍어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정말 아빠의 눈물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기자의 시선을 끄는 부분은 한 가족의 아픔에 대한 이웃들이다. 순남의 통곡에 시험을 망쳤다는 투덜대는 고3 학생, ‘보상금’을 은근 시샘하거나 수상스럽게 보는 지인들의 눈빛, 진상 규명을 호소하는 전단지에 서명조차 회피하는 무관심한 행인들 그리고 그냥 찾아와 손잡아 주는 옆집 우찬 엄마(김수진 역)가 있다.

 

장면 #3 : 수호의 생일 파티

영화는 수호의 생일 파티에서 절정에 이른다. 같은 유가족들이 마련해 준 수호 생일 파티에서 순남은 어렵게 참석하였다 그 동안 눌린 감정들을 토해 놓는다. 마지막 순간 아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또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그 자리에 함께 한 이들과 강한 일체감을 갖게 되면서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제사는 고인(故人)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제사 대신 생일 파티를 한다.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생일이나 고인을 위한 제사나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나누고 주인공의 뜻을 가슴에 새긴다는 면에서 보면 본질은 같은 것이 아닐까? 고인의 뜻이 남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영원히 기리고 실천한다면 고인의 생일 잔치는 해마다 가능할 것이다.

 

장면 #4 : 영화 속 우진 엄마, 영화 밖 정혜신 정신과 의사

이 영화의 소재는 304명의 사망·실종(단원고 248명 희생) 희생자를 가져온 세월호 참사 이후 아들을 잃고 딸 예솔이와 함께 살아온 순남이의 이야기이다. 몇 부분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을 쉽게 발견하였지만 이 영화를 강추를 너머 올해의 작품으로 손꼽고 싶다. 그 이유는 전도연, 설경구 같은 국민배우들의 열연도 있지만 아픔을 당한 가족과 이웃들을 대하는 올바른 예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 이별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에 대한 적절한 생존전략이나 이웃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진 아픔을 겪는 이들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영화 속 우찬 엄마가 현실에도 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그는 30년간 정신과 전문의로서 활동하면서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라우마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했다. 5·18 피해자와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으로 이사하여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우찬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 정혜신이 평범한 이웃 우찬 엄마가 되려고 했던 까닭이 그의 책 『당신이 옳다』에 쓰여있다. 그는 전문가로서 권위나 복잡한 이론 대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적정심리학’을 내어 놓았다. 세월호 참사의 사고 원인이나 구조 과정을 밝히는 진실 규명과 추모 행사 참여 등도 중요하지만 우찬 엄마처럼 큰 아픔을 당한 이들과 함께 울어주고 손잡아 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진 엄마처럼 그리고 정혜신처럼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말해 보자!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그랬군요. 정말 힘들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요. 당신이 옳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박발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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