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2019년. 민족문제연구소는 우리지역의 식민 잔재를 조사 중이다. 이번엔 순천에 소재한 고등학교 교가를 조사했는데 순천공고와 순천청암고의 교가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파가 작곡한 사실을 확인했다. 참고로 일부학교는 작곡가를 기재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 순천공업고등학교 교가

순천공고 교가를 작곡한 이흥렬은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일본 도요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조선총독부가 조선 음악인들을 어용화시키기 위해 만든 단체인 ‘조선음악협회’에 가담했다. 1943년에 직목흥렬(直木興烈)로 창씨개명하고 국민총력조선연맹의 국민가창운동정신대에서 활동했다. 여기서 가창지도대 및 국민개창운동에 나섰는데, 당시 일제의 군국주의를 미화한 이른바 ‘국민가요’를 보급하는데 일조했다.

▲ 순천청암고등학교 교가

순천청암고 교가를 작곡한 김동진은  평안남도 안주 출신으로 숭실전문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고등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만주로 건너가서 괴뢰 만주국이 만든 신경교향악단에서 8년 동안 활동하며 만주국 건국을 찬양하는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1958년 이승만을 찬양하는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와 1967년 박정희의 취임을 축하하는 ‘민족의 축원’을 발표하며 친일행적에 이어 독재정권에 협력했다. 참고로 김동진은 광양제철고 교가를 작곡하기도 했다.
 친일파들이 교가를 작곡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친일청산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누구도 자신의 교가를 친일파가 작곡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교가를 어떻게 할까? 수십 년을 불러온 교가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내 구성원은 물로 동창회에서도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애국가도 친일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교가를 바꾸라고 학교에 종용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알게 된 이상 힘들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학교에 남은 식민 잔재가 교가만은 아닐 것이니 이번을 기회로 교육청에서 주관해 교육 현장에 남아있는 식민 잔재를 조사하자. 더욱더 놀라운 식민 잔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친일파가 작곡한 교가를 바꾸고 식민 잔재를 청산해 가자.
광주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의 조사로 전남대 등 17개 학교의 교가가 친일파가 작곡했음이 알려져 파문이 일어났다. 순천공고와 같이 이흥렬이 교가를 작곡했던 광주일고는 재학생‧교직원‧동문 등의 여론조사로 교가를 바꾸기로 했으며 광주지역 교육시민단체와 광주시 교육청에서 친일파가 작곡한 교가 변경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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