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해야 할 일 몇 가지

▲ ▲2015 낙안에서 열린 삼일절 행사 때 3·1운동재현극

 

2019년에는 기억해야 될 역사가 많아서 광주의 노성태 선생은 올해를 역사의 해라고 부른다.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뿐만이 아니다.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 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에다, ‘남한폭도대토벌작전’ 110주년이 되는 해라는 것도 기억하자는 것이다. 순천시에서는 올해 독립운동가 박항래 의사와 조경한 선생을 재조명하겠다고 다른 시군에 비해 일찍 선포를 해서 지역언론에서 크게 다루었다. 지역의 의미있는 사업이 크게 보도되니 싫지는 않지만, 조금 더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첫째, 박항래 의사와 조경한 선생은 지역에서 부분적이나마 재조명을 받았다. 지역 출신이면서 재조명 받지 못한 인물을 이번 기회에 부각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순천시사가 제반 기록을 토대로 서술한 기술에 따르면 박항래 의사의 3.1 거사는 시위답게 이뤄지지 못했다. 연자루에 올라가 외쳤지만, 공포에 질린 순천읍민이 동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낙안의 3.1운동은 무려 3차례나 진행이 되었고, 그 가운데 신기 마을 사람들은 벌교장에까지 진출하여 시위를 벌였다. 낙안 3.1운동을 기리는 주제 공원 설치에 머물지 말고 낙안 3.1운동을 재조명하면 좋지 않을까. 개신교와 천도교가 분명히 움직였을텐데 이에 대한 것도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순천 출신 3.1혁명 가담자로 전혀 조명되지 못한 분은 서정기 의사다. 아마도 유학생으로 서울에서 학교 다니던 중 서슬푸른 일경의 감시망을 뚫고 무려 4차례나 ‘불온’ 유인물을 발간 배포하였고, 나중에는 일본에서 간도로까지 항쟁을 이어갔다. 대전 현충원 묘비에는 순천 출신으로 뚜렷이 새겨있는데 지역에서 너무 외면하고 있다. 

둘째, 너무 3.1운동에만 치중하지 말고 항일 독립운동 전반에 대해 재조명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좌우를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남 동부의 중심인 순천에는 학교가 집중되어 있었고, 철도와 도로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에 지역의 인재들이 활동을 펼쳤던 곳이다. 지식인이었던 언론사 기자들은 신문팔이만이 아니었다. 기자의 신분을 이용하여 사회운동을 촉발하는 활동을 했다. 박병두, 이영민, 이창수, 김기수가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독립유공자 표창을 받은 분은 해방을 보지 못하고 별세한 박병두 혼자 뿐이다. 순천의 노래 ‘순천가’를 만드신 이영민은 번번히 기각되었다. 
 올해가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이라는데 순천 출신 장남현도 조명받아야 할 인물이다. 한 명이어서 그랬을까? 다른 지역 시군지에서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자기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를 발굴하여 적극 기술하는데, 순천시사는 아예 빼버렸다. 발굴하면 더 나오지 않을까. 1921년이면 돌아가신 강진원 의병장 서거 100주년이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셋째는 독립운동가 관련지에 표지판을 세우는 일인데 이것은 올해 실현될 전망이다. 지난해 순천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순천 원도심에 있는 독립운동가 관련지에 표지판을 세워달라고 건의를 했다. 이에 허석 순천시장은 학생들을 불러 면담하는 자리에서 원도심 뿐 아니라 순천 지역 전체 독립운동가 관련지에 세우겠다고 했다. 좋은 일이다. 
 독립운동가 개개인을 선양하는 조형물도 좋지만, 근현대 민족 민주운동 관련 기념물도 세우면 좋겠다. 자라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라도 시급한 것은 항일기 농민운동과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것이다. 
 1922년초에는 순천의 혁신청년들이 남선농민회연맹을 결성하고, 그해 말에는 서면의 농민들이 서면농민대회를 시작으로 낙안과 쌍암 농민들도 들고 일어났다. 1923년에는 순천농민대회연합회를 결성하였다. 이렇듯 순천은 농민이 활발했던 곳이다. 하지만 순천 어느 곳에도 이를 기리는 표지석 하나, 항쟁탑 하나 없다. 3년후에는 순천농민항쟁 100돌이 된다. 
 1894년 순천에는 김개남과 김인배 장군이 순천에 영호도회소를 설치하고 순천과 여수반도, 광양을 넘어 하동까지 진출했다. 125년전의 일이다. 역시 아무런 조형물 하나 없다.

 2019년.  3.1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잠시 외면하고 있던 항일독립운동의 진실을 더 규명하고, 자주 독립을 위하여 온 겨레가 함께 했던 그 정신의 계승을 다짐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박병섭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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