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는 즈음이면 한 해를 마감한다고 세상은 들썩이고, 사람들은 새로운 해를 맞는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스스로의 존재와 삶의 변화를 감지하는 느낌이 강해지는 시기인 것이다. 한 해 동안 정신없이 시간을 쫓아다니며 이런저런 일상사에 매몰되어 살다가 한 해가 바뀌는 이 시즌에야 겨우 가족들과 둘러앉아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비로소 한 살을 더 먹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소 자신을 들여다보며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잠깐 내면의 자신을 보았다 해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내면의 나로 현실을 살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나는 『생명평화결사』라는 단체에서 한 15년 정도 몸담아 오면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일치시키며 살아온 여러 선생님들을 좇아왔지만 아직도 언행일치가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분들을 생각하며 썼던 글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등불님, 평안하신지요?
  이렇게 ‘등불지’를 통해 인사드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군요. 우리 결사의 운영 책임을 맡은 지도 벌써 2년이 되어 그 임기가 다 했습니다. 별로 한 일도 없이 등불지에 편지만 쓰다가 마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저는 생명평화결사가 창립하던 그 해부터 지금까지 결사에서 어정거렸고 결사에서 모시는 여러 스승님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 어깨 너머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 있다면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스스로 생각한 선생님들의 언행일치는 단순히 말과 행동만의 일치가 아닌 개인의 내면과 외면의 일치이고 ‘나’라는 개인의 운영과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 하나여야 하며 또는 ‘나’라는 개체의식과 ‘우주’라는 전체의식의 합일을 말하는 것까지 그 의미망은 매우 넓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스승들의 삶은 眞俗不一不二라는 말처럼 깨우친 만큼의 진리를 가지고 그대로 세속을 살아내는 분들이고, 그래서 존경을 받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가슴에 새겨놓은 ‘一神降衷 性通光明 在世理化 弘益人間’(‘한얼’님이 나의 중심에 내려와 계시니, 그 참 본성을 꿰뚫으면 광명한 지혜를 얻을 것이며, 그 지혜로 세상을 사는 동안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도록 해서, 사람과 그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이라는 「삼일신고」의 내용을 그대로 사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위원장 임기 2년 동안 우리 
『생명평화결사』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단체가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을 했었습니다. 물론 결사는 ‘수행과 실천’이라는 언행일치의 사업을 기획해 왔고, 있는 만큼의 실력으로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결사의 운영을 이끌어가는 운영위원) 먼저 무엇인가를 바르게 ‘실천’할 만큼의 자기수행 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스승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고승하, 김경재, 김성순, 김조년, 도법, 목영주, 송기득, 안상수, 이병철, 이영희, 이현주, 임락경, 임봉재, 장태원, 장회익, 정해숙......세상에 스승들은 많지만 저의 결사와 인연이 닿은 스승들의 이름을 떠올려 봅니다. 
  저는 지리산 언저리에 살며 ‘산은 언제나 말없이 홀로 그곳에 있건만, 늘 외로운 건 우리고 그 외로울 때 먼저 말을 걸어 답을 주는 것은 산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사의 스승들이 바로 그런 존재라는 것을 홀연히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등불님들, 말 그대로 在野에서 묵묵히 자신을 닦고 세상을 갈아 밭을 일구는 스승 같은 등불님들을 생각해 봅니다. 저희가 부족해서 제대로 사업을 꾸려내지 못해도, 결사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격려해주시는 많은 등불님들, 고맙습니다. 2년 동안 이렇게 ‘등불지’를 통해서라도 소통해온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언제나 늘 변치 않는 마음

▲ 박 두 규 시인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으로 결사를 응원해주신 스승 같은 등불님께 고마움의 큰 절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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