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民)의 힘으로 통일의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위기에 처한 미국주도의 세계
현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트럼프대통령의 America First(미국제일주의/ 우선주의)와 선제적 대북대화 제안이다. 여기에 조응하여 김정은위원장의 ‘비핵화’의 답변이 나오면서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기 시작한다. 


미국제일주의란 미국의 패권보다도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패권국가의 체면마저 내던지며 미국제일주의를 내세운 근본적 이유는 내적으로는 GNP를 넘어서는 과도한 국가 부채, 제조업의 몰락,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지속되었던 양적완화로 말미암은 달러 가치 하락 등일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동지역에서의 짙어지는 패색,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달러패권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브릭스 등의 자국화폐로의 무역대금 지출 등이 달러 체제를 흔들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주지 않고 뜯으려고만 해서는 대장 노릇을 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America First의 저편에는 ‘패권위기’가 서성대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서도 중국 상품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는 자국의 소비자 물가의 상승을 부추겨 4,500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의 삶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제조업이 몰락한 현 처지에서의 금리인상은 ‘양털깍기’가 아닌 ‘제살깍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달러의 인상은 미국경제의 호황이 아니라 위기의 역설적 표현인 셈이다. 위기가 위기를 부르고 있는 국면이다. 일본의 빚도 GNP의 2배를 넘어 미국보다 상황이 엄중하지만 대부분 자국 내의 빚이며, 중국 역시 빚덩이의 나라이지만 거대 사기업이 국가에 의탁하고 있어 통제가 가능한 상태이다. 현재 중.러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오히려 북.중.러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몇 백년간의 서구 중심의 세계가 바야흐로 다자간 협의체제로 바뀌는 중이다.

북미협상의 경로와 전망
북미협상의 로드맵은 “종전선언→평화협정→북미수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협상이란 일방적이지 않다. 동시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미협상은『1단계 종전선언↔핵사찰, 2단계 평화협정↔핵시설 영구적 폐기, 3단계 미군철거↔핵반출』의 경로를 밟을 것이라 예상된다.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일방통행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북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가 북미 정상의 합의 사항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더욱이 종전선언은 트럼프대통령이 김정은위원장에게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 및 북미수교의 길을 트이게 할 것이다. 그리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사이에 위치해 있는 것이 전작권 환수와 유엔사 해체이다. 1995년 6월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사는 유엔의 공식기구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남북교류를 유엔사령관한테 승인, 허락받아야한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비정상이며 국민의 정서로도 맞지 않다. 


‘민의 힘(fower of people)’으로 이 경색국면을 돌파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항상 굳건한 한미군사동맹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군사동맹이란‘잠재적 전쟁공동체’이다. 미국의 대북전략은“선제공격–킬체인(탐색-교란-공격-초토화)”으로 설정되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협상의 이면에는 여전히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운무가 끼여 있다. 북미협상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민의 힘이 필요하다. 효순 미순 사건으로 대중적 힘을 발산되면서 노무현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약속받았다. ‘촛불’로 명박근혜 권력을 무너뜨렸다. 대중의 힘은 원자탄보다도 강렬하다. 순천에서도 지난 11일 “DMZ 평화기행”이 있었으며, “통일트랙터 보내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통일강연도 몇 차례 열렸다. 또한 북한 순천과의 자매결연이라는 시의 공식입장이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통일의 함성이 시나브로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민의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 경색된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 통일로 가는 길은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념이 있으면 험한 길을 돌파할 방법이 있고 먼 길도 도달할 수 있다, 

풀은 바람보다 먼저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풀’에서)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