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교사생활에서 이제 정신차려 저의 남겨진 발자국을 봅니다. 교사에게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다른 눈이 필요합니다.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은 몇 시간 걸릴 A4 한 장의 글을 5분여 만에 토시도 틀리지 않고 외워대는 아이에게 감탄도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무명의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보는 눈이 교사에게는 필요합니다. 


  어떤 교사가 청출어람을 싫어하리요 마는 소리없이 가슴아파하는 제자를 편애하는 것이 진정한 스승입니다. 참교사는 힘든 학생이 외치지 않아도 먼저 학생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해 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양이 되기 전, 학교 밖 아이가 되기 전에 그들을 찾아내어 이름을 불러주어야 합니다.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117, 1388, 1588-9128에 전화를 하거나, 교사에게 도움을 요구하거나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은 이미 문제해결의 열쇠를 소유한 학생입니다. 그러나 진정 고통받는 친구는 침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자존심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상처가 너무 커 SOS를 청하지 못하는 그들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 미리 이름을 불러주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침 조회시간 얼굴 빛이 어두운 학생을 찾아내어 함께 고민을 나누는 그런 선생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우리 교사의 기본소양이 되어야 합니다. 
  작년 광주전남에서 17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학교를 떠난 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꿈드림센터의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위로와 찬사를 보냅니다. 그 분들의 노력과 병행해서 학교를 떠나기 전에 미리 학생들을 보호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Healing School설립을 제안합니다. 각 학생의 형편에 따라 교육과정을 짜는 배려심있는 학교, 단기간의 목표가 아닌 끝까지 치유하는 인내심있는 학교의 설립을 제안합니다. 패배감에 젖어있는 학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학교위치는 순천 도심지로 하고, 시설은 보통학교보다 더욱 좋아 찾는 이가 자부심을 느낄수 있도록 하고, 교사만이 아닌 사회의 다양한 인사들로 강사진을 꾸려 각 학생에게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는 학교, 그런 학교를 꿈꿉니다. 


  학교에서는 뜨거운 감자요, 정상학생에게는 방해의 대상이요, 교사에게는 힘든 관리의 학생이며, 삐뚤어진 저의 눈에 비추이는 아름다운 영혼의 학생들인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그런 행복한 공간의 학교를 꿈꿉니다. 


  아직 대안학교(Alternative School)라는 용어가 생소할 때 30여년 전 이곳저곳 방문하고 문헌을 뒤적였던 저는 아직도 생겨나지 않은 진정한 Healing School을 이 순간도 꿈꾸고 있습니다. 이념과 출신과 능력과 환경을 뛰어넘어 오로지 사랑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그런 치유학교를 소망합니다. 그 학교는 단순히 학생에게 자유로운 환경만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도처럼 권위와 힘을 갖고서 그들을 치유하는 성소가 되어야 하고, 교사의 힘은 작은 배경에 그치고 시민단체와 많은 전문인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열린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 생활이 배려보다는 자본주의에 잘 쓰임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친구들을 양산하는 곳으로 변해가는 요즈음 학교를 떠나지 않고도 기쁨으로 생활할 수 있는 대체학교, 기존 학교에서 한계점에 다다른 친구들이 안식처로서 찾을 수 있는 치유학교를 저는 아직도 꿈꾸고 있습니다. 급별 구분없이 교사들과 전문인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 세상에 유일한 참된 학교를 순천에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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