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설명회장. 교육장, 교육지원과장, 도의원 등이 대부분의 발언을 한다. 월등면에서 ‘장’들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교육지원청이 사업계획을 마련해 놓고 주민들에게 한번 해 보자고 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듯하다. 월등초 운영위원장은 월등면에서 ‘장’들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추진단을 맡을 수 있도록 권한을 일임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업설명회장은 끝이 난다.

# 2.
전남교육참여위원회 조례(안) 공청회장. 학생 3명을 ‘특별히’ 객석 플로어에 모신다. 사회자와 발제자는 이 자리에 학생 3명이 특별히 와 있다고 소개한다. 청중 질의 시간에도 제일 먼저 마이크를 학생들에게 건넨다. 그런데 그 학생이 하는 말은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이런 자리에 너희들이 와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왜 학생들이 이 자리에 안 오는 것 같습니까? 지금도 학생들은 생기부 채우는데 바쁩니다. 저는 이 자리가 아주 지루했습니다. 결국 오라고 해 놓고 2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마이크 한번 줄 줄 알았습니다. 학생들도 토론자의 한 명으로 불러 주십시오”

한 학생의 말이 끝나자, 청중들은 부끄러운 박수를 힘차게 쳤다.

# 3.
100년이 다 되어가는 영국의 실험학교 써머힐 교감 선생님이 광주에 왔다. 교감 선생님은 청중들에게 써머힐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트램블린’ 이야기를 사례로 들어 이야기 해 주었다.

“제가 트램블린을 타고 있었어요. 저는 트램블린을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마음껏 타고 싶었어요. 그 때 6살 아이가 와서, 저에게 ‘헨리, 당신은 5분 간의 시간이 있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 아이는 계속 옆에 지켜서서 시간 체크를 했어요. 5분이 지나도 제가 내려 오지 않자 6살 아이는 학교로 달려가 옴부즈맨 역할을 맡고 있는 고학년 학생을 불러 왔어요. 저는 그러고 나서야 트램블린에서 내려왔고, 이 일이 회의 안건으로 올라갔어요. 전체 회의에서 저는 그 사건으로 벌금을 내는 걸로 결정났고, 벌금을 내었어요.”

천진난만한 아이의 표정으로 유쾌하게 이 이야기를 청중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헨리 교감 선생님은 써머힐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어떻게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지를 아주 명쾌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기자는 세 건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다시 한번 민주주의와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학교가 민주주의 교육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교육’한다.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학교를 민주화 시키기 위해 법적 제도적인 장치들을 만드는데 애쓰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무척이나 의미있는 활동이지만, 이런 법적·제도적 장치들은 일상에서 몸소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살아가지 않는다면 껍데기에 그칠 가능성들이 많아 보인다.

써머힐 교감 선생님이 강의하는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왔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침에 핑크색 부츠를 신고 가겠다고 하는 아이와 핑크색 부츠가 아닌 다른 신발을 신기고 싶은 저는 끊임없는 실랑이를 벌였어요. 강제로 다른 신발을 신기고 싶었지만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니 참 힘들더군요. 민주주의는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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