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 총장 퇴진 후 직선제 준비

순천대학교(이하 순천대)가 분주하다. 지난 9월 3일 박진성 총장의 사퇴 의사 표명 이후 교수들은 교수회를 중심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9월 5일과 11일 연이어 전체 교수회의를 열었다. 9월 말까지 사퇴하겠다는 박 총장을 대신하여 순천대를 이끌 적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총장이 사퇴하면 총장직무를 대리할 교무처장이 현재 공석이다.

지난 9월 11일에 열린 전체 교수회의는 순천대 교수 321명 중 재적자 과반수를 넘는 197명이 참석, 교무처장 선출 방법을 의결하였다. 새로 선임될 교무처장은 지난 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산학협력단장 및 교수회 의장 역임자 등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교수들은 이들 중 한 명을 9월 18일부터 19일 사이에 투표하여, 선출된 최다 득표자를 총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교수회 의장인 조래철 교수는 “전체 교수회의가 성원을 채우고, 의결까지 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라며 반색했다. 조 의장에 따르면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전체 교수 321명 중 281명이 직선제로의 전환, 6명이 간선제 유지로 응답했다. 교수회에서는 10월경 총장 선출 규정 시행세칙을 정하기 위해 직원, 조교, 학생과 협의할 예정이다. 대학 구성원의 총장 직선제 참여 비율은 지금까지 선거를 치른 7개 국립대의 평균치를 참고하여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순천대학교 전경. 사진출처=순천대학교

대학노조, 현 총장 임무 계속해야
공무원노조, 총장 사퇴 당연

한편 일부 순천대 직원들은 교수들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순천대 지부는 9월 12일 ‘교수회에 당부드립니다’라는 글을 내고, “교무처장 선출보다는 후임 총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현 총장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글에서 대학평의원회와 총장선출위원회의 조속한 구성을 촉구하고, 대학의 주요 결정사항을 교수, 직원, 학생, 조교들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결정해 줄 것을 교수회에 요청하
였다. 모 교수는 “직원은 현 총장의 지휘하에서 움직였고, 임면권을 쥔 총장에 반대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순천대 직원의 노동조합은 2개가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순천대 지부는 50명 정도가 가입해 있는 반면에, 공무원노동조합 순천대 지부는 115명 정도가 가입되어 있다. 양주용 공무원노동조합 순천대 부지부장은 “직원 내 자중지란으로 보일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면서, 총장은 당연히 사퇴해야 하며, “교수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총장 직무대리를 세우고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순천대, 대학역량평가 탈락
2순위 총장의 정통성 부재 때문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순천대는 ‘자율개선 대학’에서 탈락하고, 하위 36%에 해당하는 ‘역량강화 대학’으로 8월 23일 최종 분류되었다. 국립대 중 역량강화대학 평가를 받은 곳은 순천대, 한국해양대, 경남과학기술대, 한경대 등 4곳이다. 3년 이후에 있을 대학역량 평가에서도 저조한 평가를 받는다면, 순천대의 존립에 치명적이라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순천대 교수 72명은 ‘총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교수들은 지난 1차 평가 탈락 후 큰 충격을 받았지만,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마음으로 본부의 대처를 주시해 왔었다고 고백했다. 성명서에서는 본부의 요청에 따라 2차 집필진으로 참여한 교수들의 실망에 찬 이메일을 기억하며, 주요 보직에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실질적 행정 공백 상태’를 초래한 박 총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또한, 같은 날 강성호 교수(순천대 인문학술원 원장)는 ‘순천대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제언 Ⅱ’를 발표했다. 2015년 제1차 대학기본역량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던 순천대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를 자문하고, 2순위 총장의 정통성 결여, 대학본부의 고립, 중견 교수들의 안이한 태도 등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총장이 즉각 사퇴하고, 중립적 교무처장이 제9대 총장 체제로의 이행을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지난 7월 4일 ‘긴급 제언’에서 “8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거점대학인 국립순천대학교가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9월 3일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통보받은 후, 박 총장은 “학내 구성원의 합의를 거쳐 교무처장을 추천하면 임용절차를 마친 즉시 사퇴할 것이며, 만약 추천되지 않더라도 9월 말에 지체 없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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