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을 짓고 싶으세요? /320쪽/서해문집

 
이 책은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교사 송승훈이 함께 쓴, 집의 의미와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책이다. 좀 자세히 말하면 송승훈 교사가 이일훈 건축가에게 자신과 아내, 그리고 노모가 함께 살 집을 의뢰하면서 주고받은 편지 모음이다. 그런데 책의 구성이 아주 인상적이다. 책을 펼치면 단박에 교사임이 느껴지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송승훈 교사의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가 나온다.

“이일훈 선생님, 선생님과 집을 짓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 페이지다. “좋습니다. 송승훈 선생님”이라는 문구와 함께 마치 체 게바라처럼 지그시 담배를 입에 문, 단박에 예술가임이 느껴지는 이일훈 건축가의 사진과 함께 이어지는 다음 멘트.

“그럼 제가 질문 하나 할까요?”

건축가가 던지는 질문은 무슨 질문일까? “대지는 몇 평인가요?” “예산은 얼마나 잡으셨나요?” “어떤 형태의 집을 원하시나요?” 이런 질문이 아닐까? 아니다.

“송 선생님은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한다. 만약 내가 건축을 의뢰한다면? 그 건축가에게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살기를 원하느냐고? 내 집을 마련하고자 열심히 돈 벌어 30평대 ‘브랜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로망이 되어버린 이 시대의 가장들에게 이런 질문은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어렴풋이 전망 좋은 방과 넓은 거실, 아일랜드 식탁을 갖춘 세련된 주방이 세팅된 아파트에 입주하면 삶이 달라지겠지. 더 행복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미래의 투자 가치(이 아파트를 사면 집값이 얼마나 오를까? 혹시 떨어지지는 않을까?)를 따지는 것이 우리가 살 집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아니었는지.

물론 ‘땅 있고 돈 있으면 마당 딸린 넓은 단독 주택을 마다할 사람이 어딨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게다. 게다가 일반인들이 이름있는 건축가에게 자기가 살 집을 의뢰하는 것이 일단 비용 면에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 그래서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라는 책을 쓰기도 한 - 비범한 건축가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 황석영 소설가가 지은 ‘장길산’ 맨 마지막에 나오는 ‘운주사(雲舟寺)’를 인용하여 “구름배 같은 집이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땅의 바람길을 아는 집이면 좋겠습니다”라고 주문하는 비범한 건축주가 주고받는 편지글을 읽는 느낌은 매우 특별하다.

“글로 짓기 시작해, ‘시멘트로 엮은 한옥’에 살기까지 900일간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을,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서울 한성여자중학교 윤상혁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