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주최, 여순사건 70주년 학술세미나 열려

지난 7월 30일 순천대학교 70주년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주관으로 ‘묻어둔 70년의 상처, 가슴으로 만나다’ 라는 제목의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여수·순천·보성유족회 등 여순사건 관련자들과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가량 진지하게 진행됐다.
 

▲ 7월 30일, 순천대 70주년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여순사건 학술세미나에서 4명의 패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으로부터 주철희 박사, 나간채 교수, 정선태 교수, 최현주 교수)


‘반란’이란 오욕의 역사를 벗어 던지고 제대로 평가되어야!
학술세미나는 네 개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세시간 가량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발표는 순천대 주철희 박사의 ‘여순항쟁 발발 원인의 재검토’였다.

주철희 박사는 여수·순천10·19사건(여순사건), 여수반란, 여순항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는 70년전 아픔을 ‘여순항쟁’이라고 불렀다. 제14연대 병사들은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 명의로 [애국인민에게 호소함]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제주도 작전은 ‘제주도 애국 인민의 무차별 학살’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군인의 사명에 부합하지 않은 부당한 명령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반헌법적이고 반시대적인 명령에 항거해 봉기에 나선 것이며, 여기에 민중이 호응하고 지지하면서 항쟁으로 발전했기에 ‘여순항쟁’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숨죽일 때 문학이 목소리를 내야
두 번째 주제발표는 정선태 국민대 교수의 ‘국가폭력과 4․3문학’ 이었다.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의 몇 대목을 통해 제주4․3항쟁을 이야기하고, 김석범의 대하장편소설 ‘화산도’를 통해 여수사건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또한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는 자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공포와 증오를 통한 권력의 공고화을 위해 제주-전남의 ‘내부식민지화’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고통의 기억이 지속되고 역사학자·언론인이 숨죽이고 있을 때 ‘순이삼촌’ 등을 통해 문학이 목소리를 내었다며,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이 규명되고 가해자가 사과할 때까지 여순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5·18특별법 제정운동으로부터 배우다
세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나간채 전남대 교수는 ‘5·18 특별법 제정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었다. 5·18특별법 제정의 중심에는 신군부에 굴하지 않고 싸워온 5․18유족회가 있었다며 성공한 사회운동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5·18특별법 제정’으로 10일간의 항쟁이 마침내 승리한 항쟁으로 마무리하는 결정적 토대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 법에 의거해서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권력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나교수는 5·18유가족을 비롯한 광주시민이 중심이 되어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한 천막농성, 토요집회, 공청회, 국회입법청원운동 등을 전개했고, 이러한 활동이 전국민적으로 확대되어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주제발표가 끝나고 종합토론과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진행됐다.

5·18민중항쟁과 여순사건의 평행이론
네 번째 주제발표는 ‘진리와 마주한 사건으로서의 여순 10·19’ 라는 주제로 최현주 순천대 교수가 이어갔다. 최교수는 동학혁명으로부터 의병투쟁, 광주학생의거, 여순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호남을 역사적 공간으로 삼은 사건들은 동일한 양상으로 계속되어 왔다고 발표했다. 

외세의 침탈과 봉건적인 지배계급의 억압과 수탈이 민중들을 투쟁으로 불러일으켰으며, 여순사건의 발생도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에 대한 민중의 저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순사건과 광주5·18항쟁은 발생의 구조적 원인과 민중들의 의제가 닮아 있으나, 광주5·18의 현재와 여순사건의 현재는 평행을 달리고 있지 않음을 말하며,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했다.

또한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이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국가폭력의 희생자라는 인식 속에서 용서와 화해를 통해 애도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여순특별법 제정운동, 국민의 공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주제발표가 끝나고 종합토론과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진행됐다. 박병섭 순천여고 교사는 “국립순천대가 연구소를 만들어 지역의 문제를 연구하고 지역민들의 여망을 받아들이는 자리라서 더욱 뜻깊다”, “5·18특별법이 가해자를 밝히지 못했고, 도청 별관을 보존하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이 많다. 법제정이 만능은 아닌만큼 여순특별법 제정을 위해 좀더 세심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유족회 참가자들은 “지식인, 청년학생, 시민사회단체, 유족회 등 지역의 모든 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아 여순의 진실을 알려내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라며, “가해자들의 사과를 받아내고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묻어둔 70년의 상처를 드러내고 여순특별법제정을 위해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길에 지역사회가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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