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지방자치 7기를 맞이한 첫 성과는 보는 사안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전남 소방공무원의 정원이 3,000명을 넘는 정원 조례를 통과시킨 것을 소방공무원인 필자는 꼽겠다. 

300여 명의 소방공무원 증원이 뭐가 그리 크다고 호들갑을 떠냐고 하겠지만 3,000명의 단위가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억지로 비교하자면 2990원과 3010원의 할인마트의 가격 차이를 생각해보면, 겨우 20원 차이에 선택의 폭은 2990원인 2천 원대로 접어드는데, 거꾸로 행정력의 근간인 공무원 여기에서는 소방행정의 근간인 소방공무원이 2천 명대인가 3천 명대인가 하는 것이며, 증원된 만큼 소방행정력은 향상된다고 보면 된다.

필자가 소방공무원으로 입직한 시기에는 전라남도 인구가 지금보다 더 많았지만, 소방공무원은 1천 명대에 머물고 있었으며, 당시 소방서는 5개로 일개 소방서에서 3~5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소방업무를 담당하였고, 전남의 소방행정력 확보를 위하여 계속 증원을 하였으나, 아직도 전남의 기초자치단체를 단독으로 관할하는 소방서가 없는 곳이 존재한다. 

즉, 소방서에서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소방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고 인근 소방서의 일개 119안전센터에서 관할하고 있어 소방행정력이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예전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비번 근무인 격일제 체제에서 소방공무원의 처우는 열악하다 하겠다. 가정보다 업무에 시간을 더 많이 쏟았으며, 친지나 지인들과의 유대관계를 근무 여건상 하지 못하여 멀어지는 계기가 되어 결과적으로 소방공무원들만의 좁은 세상에서 살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계속 언급하지만, 소방공무원도 국민이며 시민이고, 자식이며, 부부이고, 어버이인 독자들과 똑같은 존재였지만, 근무 여건상 포기할 수밖에 없어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에 아픔이 잔존하고 있을 것이다.

연재한 내용 중에 프로야구의 경기방식을 적었던 적이 있다. 각 구단의 선수는 최소 10년 이상의 아마추어 선수를 거쳐 프로선수가 되었으며, 그중에서도 뛰어난 선수들만이 1군에 들어왔고, 당일 경기 최적합 선수 9명을 선발라인업으로 구성하여 경기를 치른다. 

경기 도중 투수가 약하면 투수를 교체하고, 타자가 약하면 타자를 교체하고, 주력이 필요할 때는 대주자를, 수비가 필요할 때는 대수비를 보강하는 등 등록된 선수를 모두 활용하여 경기를 치르는데도 승리하기가 만만치 않다. 

프로야구에서 9명 선발라인업으로 1년 경기 모두를 소화하는 구단은 당연히 한 구단도 없으며, 그렇게 경기를 진행하는 순간 아무리 길어도 10경기 이내에 모두 소진되어 패잔병이 되기 딱 맞을 것이다.

소방공무원은 9명 선발라인업으로 1년 12개월 365일 24시간 풀가동하여 경기를 치르는 프로구단과 같은 실정이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의 바람은 딱 1명이라도 보충(백업맨)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곧 소방공무원의 증원을 뜻한다. 나쁘게 생각하면 소방공무원이 편하자고 증원을 시켜달라는 소리 같지만, 전혀 다르다. 

선발라인업 모두 아무런 사고 없이 이어졌으면 그럭저럭 이어져 가겠지만 하나라도 삐끗하는 순간 모두가 엉망이 되는 것이다. 다시 프로야구를 생각해보면, ‘왜 투수를 안 바꾸는거야?’, ‘왜 타자는’, ‘저때 대주자 보내야 되는 거 아냐?’ 등등 백업맨을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 소방공무원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가 백업맨이다.

하나가 잘못되었을 때 보충하지 못하여 팀 자체가 무너지는 것과 백업맨을 두어 예방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현명할까? 스포츠에는 있지만, 소방공무원에게는 없는 백업맨, 그래 놓고도 소방공무원이 현장 활동 중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서 엄벌을 논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소방공무원인 필자의 바람은 한없는 증원이지만, 돌탑을 쌓을 때처럼 기단부터 하나하나 쌓아야 천년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의 ‘전라남도 지방공무원 정원 및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이 통과된 것을 토대로 전라남도민의 안전을 위한 소방공무원으로 거듭나게 해준 것에 대하여 눈시울 적신다. 

이 조례안 통과를 위해 애쓰신 분들 모두 열거는 못하지만 안전건설소방위원회 위원장 임영수 위원장, 임종기 의원을 비롯한 도의원들과 소방본부(본부장 이형철)에 감사의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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