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곡동 철도관사마을에서 진행되는 월 1회 달빛마실 체험기

찌는 듯한 무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요즈음, 7월 27일 토요일 저녁 여덟시가 다가오자 철도관사마을 마을카페 ‘기적소리’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순천여행을 와서 마을 게스트하우스에 숙박중인 내일러, 아이 둘과 동행한 부부, 철도문화마을 마을해설사 양성과정 중인 마을주민들, 조곡동 통장과 계장, 철도관사에 처음 와 봤다는 아버지와 아들…
다양한 곳에서 서로 다른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채롭고 특색적인 ‘철도관사마을 달빛마실’
순천 조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저녁에 ‘철도관사마을 달빛마실 무료체험단’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달빛과 별빛을 받으며 진행되는 달빛마실 프로그램은 매우 다채롭다. 마을 버스킹, 마을박물관, 마을인형극, 천국의계단, 죽도봉야경, 청춘데크 공포체험을 하며 마을역사와 철도역사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달빛마실 체험의 해설사는 현직 철도노동자인 조종철 호남철도협동조합 사무국장으로 2013년부터 철도문화마을만들기 활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100여년 한국철도의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순천 조곡동 철도관사마을을 철도문화마을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순천시, 조곡동, 철도노동자, 마을주민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달빛마실 무료체험은 다채롭고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철도관사마을을 친근감있게 만나는 체험으로 가족 단위 참석자가 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을 버스킹으로 출발
조종철 사무국장이 참가자들에게 한시간 이십분여 달빛마실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동안, 기적소리 카페 앞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이뤄진다. 달빛마실 첫 코스는 마을버스킹이다. 기적소리 작은음악회(매월 셋째주 금요일 저녁, 기적소리 카페에서 진행) 단골 가수이기도 한 한미화씨가 한여름 더위를 녹이는 청량감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그의 목소리에 취해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한다.
 

▲ 달빛마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을버스킹, 6월 달빛마실에서 한미화씨가 노래하고 있다.(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다음 코스는 철도마을박물관이다. 한국철도 역사를 알 수 있는 설명과 철도인들과 마을주민들이 내어놓은 손때 묻은 철도 관련 물품들로 가득한 소박한 마을박물관이다. 이곳에서 조종철 사무국장은 철도관사마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마을의 역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한 참가자는 “순천에 이런 곳이 있는지 첨으로 알았구마” 라며 오길 참 잘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만든 마을인형극
마을박물관에서 빅 이벤트는 마을 주민들이 몇 개월에 걸쳐 준비한 마을인형극이다. 전문 연극인의 가르침을 받으며 대본을 작성하고 대사를 외우고 동선을 맞추며 인형극 준비를 한 이들은 모두 철도관사마을 주민들이다.

인형극의 내용은 대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조곡동 철도관마을에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대나무와 관련된 사랑이야기로 마을 유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5분 정도의 마을인형극은 지루할 새도 없이 흥미진지하게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문 단체도 아닌 마을주민들이 직접 준비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철도관사마을의 명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조곡동 철도관사마을 주민들로 이루어진 마을인형극팀. 수개월동안 땀흘려 연습한 인형극을 7월 달빛마실 참가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한국철도를 지킨 사람들의 마을
마을인형극을 보고 나서 본격적으로 마을한바퀴에 들어갔다. 이미 어둠은 짙어졌고 한낮의 폭염은 조금 누구러졌지만 관사마을 골목골목을 다니는 등줄기로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철도관사를 순천시가 매입해 일제 강점기 당시 원형을 복원하고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는 관사 앞에 도착하자 조종철 사무국장은 철도관사의 지리적 위치, 구조, 관사에 얽힌 사연 등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분들은 일본 철도인들을 위한 관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지만, 이 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을형태로 남아있는 철도관사이며 한국철도를 지킨 철도인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 철도마을박물관에서 철도와 마을의 역사를 설명하는 조종철 호남철도협동조합 사무국장
▲ 철도관사마을 골목을 다니며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달빛마실 참가자들(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마을벽화로 보는 기차의 역사
골목을 빠져나와 철도관사마을 큰 길로 나오면, 마을벽화 구간이 나온다. 그 중 ‘우리나라 기차의 변천사’ 그려진 벽화 앞에서 조종철 사무국장은 “현재 한국철도는 세계 4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한국 철도노동자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철도관사마을에서 가장 고령자였던 강수련(2017년 97세의 일기로 작고) 어르신의 살아생전 말씀을 인용하며 철도의 역사를 강조했다.

“‘우리가 물러간 철도는 바로 끝장이 날 것이다’ 라고 호언장담했던 일본인에게 우리 철도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일을 했어”
 

▲ 일제강점기 증기기관차 시절에서부터 현재의 KTX까지 우리나라 기차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마을벽화 구간(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하늘로 맞닿아 있는 듯한 천국의 계단
마을의 전망을 훤히 볼 수 있는 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마을 주민들은 이 계단의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 하여 하늘계단 또는 천국의 계단이라 부른다.

철도관사마을은 산의 기운이 좋아 점집이 많다. 이 계단에는 1~20까지 숫자가 붙은 사자성어로 된 자신의 앞날을 응원하는 점괘가 쓰여져 있다. 참가자들은 계단을 오르기전에 숫자를 선택하고, 계단을 오르며 자신의 숫자를 찾아 자신의 운명을 확인하고 웃기도 한다.

무더위에 지칠 법도 하지만 자신의 번호를 찾아 오르는 천국의 계단의 또다른 묘미이다.
 

▲ 자신의 앞날이 적혀진 숫자-사자성어를 찾아 천국의계단을 오르는 참가자들(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대숲골 이야기 전설이 어린 죽도봉으로
철도관사마을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망대 공사장을 지나, 순천의 대표적인 산인 봉화산 자락에 위치한 죽도봉에 오르기 시작한다. 죽도봉으로 오르는 숲길은 2012년 전국 아름다운 숲 1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이미 어둠이 깊어 아름다운 숲길을 볼 수 없었지만 토요일 저녁 난생 처음으로 마을의 역사와 함께 걷는 경험은 특별한 그 무엇이었다.

죽도봉 정상에 위치한 강남정에 오르니 두 번째 버스킹이 자리잡고 있었다. 형제 듀엣의 감미로운 음악과 함게 산 중턱에서 불어오는 시원은 바람은 등줄기 땀을 모두 식혀주었다. 이곳에서는 순천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 달빛마실의 또다른 묘미는 죽도봉 강남정에 올라 마주한 버스킹과 순천의 야경이다.(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 죽도봉 강남정에서 바라본 순천의 야경(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청춘데크길에서의 공포 체험
죽도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몇해전 순천시에서 조성한 숲길인 ‘청춘테크길’이다. 죽도봉에서 동천으로 철도관사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나누 사이를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참가자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이런 길도 있었구나. 봄가을에 산책하기 너무 좋은 길이네’ 라며 이야기한다. 아무런 의심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내려오던 중간, 갑자기 으시시한 음악소리와 더불어 왼편 나무 옆에 흰소복 입은 여성이 머리를 산발한 채 서 있는 것이다. 모두들 화들짝 놀라 비명소리를 지르며 한바탕 소동이다. ‘아, 이게 바로 공포 체험이었구나’ 생각하며 한층 시원해진 마음으로 마을로 내려온다.
 

▲ 청춘데크길을 따라 관사마을로 내려오는 중에 마주한 공포체험(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조곡동 철도관사마을 달빛마실 체험은 한여름밤 특별한 추억을 가져다 주었다. 한시간 삼십여분여 동안 백여년 한국철도의 역사가 어린 철도관사마을에 대해 곳곳을 다니며 마을의 역사가 오늘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에 진행할 8월 달빛마실이 기다려진다.

▲ 7월 달빛체험을 마무리하고 철도마을카페 기적소리 앞에서 기념 촬영(사진제공. 호남철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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