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관광의 가장 큰 자산은 순천만과 순천만정원이다. 이들 유형의 자산 못지않게 순천 관광에 생기를 주는 것은 곳곳의 관광 ‘핫 스팟’에서 활약하는 재능기부공연들이다. 관광객과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무대이며 지역공연의 대명사인 아고라순천과 올해 계약한 인원만 1,400여 명, 전문공연과 재능기부공연을 겸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포함해 재능기부공연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보람과 희생이 공존하는 재능기부공연의 현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6월 셋째 주말, 햇볕이 벌써 따갑지만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순천시민들이 정원을 즐기고 있다. 호수정원 앞을 지나가던 관람객들은 통기타, 오카리나 연주에 벤치나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팝페라와 난타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지고 발길을 멈춘 관객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공연에 박수를 보냈다. 
 

▲ 실력은 기본, 미모는 필수라는 통기타팀

# 6월 둘째 주 화요일, 상사면에 위치한 로뎀노인요양원에서는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공연이 있었다.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된 시설 등을 순회하는 재능기부공연이 순천시와 연계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날은 한국무용, 가요와 민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르신들은 불편한 몸을 일으켜 춤으로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 몸이 불편한 어르신도 리듬에 맞춰 더덩실


조례호수공원, 야시장, 문화의 거리와 동천변에서 외곽의 시설에서도 도시 곳곳에서 재능기부공연이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하며 느끼는 보람과 기쁨

요양원 공연에 참여한 고운선무용단원들은 “무용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문화에 소외된 시설 등에서 너무 좋아하셔서 20년째 하고 있어요. 시설의 어른들이 좋아하시면 저희도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승평예술단의 박세령씨도 말한다. “봉사하는 마인드로 공연해요. 다음에 또 오라며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어르신이 계신데 우리단원들과 또 와야겠어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만난 통기타마을, 난타 등의 공연팀들도 재능기부공연을 하는 보람과 기쁨을 말했다. 

“관객이 많을수록, 또 박수를 많이 쳐주시면 보람이 배로 증가해요.” 

“언제든지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저 자신의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게 되었어요.”

“저도 아고라 무대에 서보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대부분 취미나 동호회 활동이 공연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 심장이 쿵쾅거리는 난타
▲ 팝페라가수의 유월의 어느 멋진 날

한 공연자는 “재능기부공연은 아마추어나 초보자들의 등용문이 되는 좋은 기회이다. 공연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그런데 “재능기부를 강요받기도 했었다. 왜 저기서는 무료로 하고 여기서는 돈을 달라고 하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한동안 재능기부를 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대가 너무 그리웠다. 지금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고 조심스러운 속내를 살짝 터놓는 이도 있었다.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때로는 차비조차 없이 봉사시간만 채우는 공연도 있었다. 재능기부공연에 7년째 참여하는 공연자는 “차비를 받는 것도 좋지만 우선 차량지원이 되면 좋겠어요. 악기나 무대의상 등 짐이 있는데 사회복지시설들은 대부분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동이 어려우니 시내 정한 곳에서 차량이 출발하는 식이면 좋겠어요.”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소리사랑 서두례 씨는 “1365 순천시자원봉사센터, VMS전국자원봉사센터 등에 등록하면 기획팀에서 섭외가 온다.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점수 500점 이상이 되면 여러 혜택이 있다. 단원들이 되도록 많이 공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협회나 아고라팀에게 섭외하는데 때로는 정원홈페이지에 공연팀이 직접 공연하겠다고 올리기도 한다. 공연자에게는 차비1만원, 자원봉사4시간, 생수가 출연료다.”

“음향은 되지만, 기획에 대해서는 비용처리가 되지 않고 있으니 저도 재능기부이지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시민재능기부공연을 총감독하는 순천시문화예술재능기부협회 최복기 씨가 말하며 웃는다.

관객으로서

▲ 정원의 바람과 어우러지는 오카리나연주.


“멀리서 순천만정원에 처음 왔는데, 피곤한 다리 쉬면서 공연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오카리나 연주가 정원과 잘 어울려요.”

“난타 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려요.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공연을 즐긴 관객들 반응도 대체로 좋았다. 그러나 “색소폰 연주는 좀 실망이네요.”라는 관광객도 있었다.

문화민주주의

재능기부공연에 참여하는 다수가 공연을 하는 이유에 대해 보람과 함께 ‘항꾼에 즐기는 아고라 순천문화예술공연’(이후 아고라순천)을 말했다. 아고라순천은 2013년부터 시작한 공연으로 지역에서 출연료의 기준을 잡아주고 무대 수를 늘리는 등 공연의 문을 넓혔다는 평을 듣는다.

아고라순천 총감독 박정현 씨는 “봉사활동이 심사원들에게 심정적인 가산이 될 수는 있지만 실제 점수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능기부공연을 통해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고라순천의 무대 능력치가 상승한다.”고 재능기부공연과 아고라 공연의 상호관계를 말했다. “아고라순천은 지역민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상설 공연무대다. 낮은 문턱으로 지역민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복지, 문화민주주의를 현 정부보다 먼저 선행하고 있다.”고 아고라순천의 장점을 밝혔다.
 

▲ 실력은 기본, 미모는 필수라는 통기타팀


공연수준의 하향평준화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위 장점을 공연 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문제로 꼽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연자를 표로 보는 것도 문제라며, 수준을 올려야 하는데 정치논리 때문에 안 되는 실정이다. 동호회활동과 전공자․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자체예산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계속 이렇게 되면 직업적으로 하는 이들의 무대 수가 적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공연자도 있었다. 재능기부를 강요받은 경우처럼 직업 예술인에게 재능기부는 생활기반을 흔들기도 한다.

박정현 총감독은 “아고라순천 공연단은 오디션을 통해 대표공연단, R, S, A, B 등 5등급으로 계약을 한다. B등급이 공연팀의 반을 차지한다. 공연의 수준에 대한 논란은 주로 B등급에서 일어난다. 대안으로 콜라보 공연을 하고 있다.”면서 “재능기부에 대한 순천의 정의가 필요하다. 재능은 어디까지인지, 기부는 어디까지인지 미리 합의가 되어야한다.”고 하면서 “문화예술행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예술은 보는 사람의 몫이고 즐기는 사람의 몫이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수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공연 팀에 대해서 알아보고 섭외를 해야 하고 그것을 관객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행정, 공연자, 시민들 사이에서 소통하고 중간역할을 하는 문화활동가가 있어야 하는데, 생활을 받쳐주지 못하는 지역의 한계가 그들을 순천에서 떠나게 한다. 지역의 어른들이, 젊은 예술인이 지역에서 즐기면서 공연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었는가? 지역에서 즐겁고 용서가 될 만한 공연자가 살 수 있는 풍토인가? 살펴야 한다. 과실을 따먹으려면 나무를 심고 돌봐야 하는데 심지도 않고 열매를 찾는다면 지역 공연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꼬집으면서도 “공연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져주시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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