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물건은 가져가고, 돈은 레몬 통에 차곡차곡

박선옥(56세) 씨가 운영하는 무인 채소가게는 순천역 맞은편 도로변 과일가게 옆에 있다. 지나가다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0.5평 정도의 상점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채소들은 순천역 도매시장에서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거래되고 남은 자투리 채소들이다.
 

▲  지나가다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0.5평 정도의 상점. 순천역 맞은편 도로변에 위치 하고 있다.

3년째 무인으로 운영하는 이 상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쉬는 날은 명절뿐이다. 채소 가격은 1,000원~ 5,000원으로 대형마트나 일반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저렴하고 싱싱하다.

▲ 박선옥 씨가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받아 온 싱싱한 채소들을 판매하는 상자에 담고 있다.

박 씨는 30여 년 전에 채소 농사를 짓다가 28년 전부터는 채소 전문판매업을 시작했다. “배추만 빼고 전 품목을 판매한다.”며 “순천역 인근에는 과일 집이 많아서 과일을 사러 오시는 고객이 급하게 필요한 채소를 주인 눈치를 보지 않고 사 갈 수 있는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서 3,000원에 판매하는 가지를 여기에서는 양도 더 많이 주면서 2,000원에 도매시장에서 바로 나온 싱싱한 채소를 사 갈 수 있다.”며 영업의 노하우를 말했다. 이 상점 옆에서 부부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은 “이 도로변을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이 채소값이 저렴하다.”며 “오며 가며 단골이 되어 많이 사러 온다.”고 말했다.

고객층은 주로 순천역 노선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주부들이다. 석현동 향림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오 모(53세) 씨는 “이곳을 몇 년 전부터 이용하고 있다.”며 “가끔 떨이로 담긴 채소들이 3,000원에 판매된다. 그러면 횡재하는 기분으로 빨간 바구니에 담긴 고추, 오이, 피망, 호박 등을 한가득 가져갈 때도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 고추, 오이, 피망, 호박 등 한바구니에 몽땅 3000원이다.

처음 방문한 임 모(51세) 씨와 김 모(50세) 씨는 “고추가 한 바구니에 3,000원, 버섯이 작은 다라로 한 바구니에 5,000원이라며 앞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채소를 살 수 있게 됐다.”면서 만족해했다.

이 가게의 장점은 주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물건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 무인점포라는 것이다. 고객이 물건을 고르면서 얼마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스스로 고른 채소 값을 레몬통 속에 넣고 거스름돈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셀프 가게라는 점이다.

김 씨는 “역전시장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무인야채가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며 “ 식구가 많거나 이웃과 나눠드실 분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고마운 장소”라고 말했다.
 

▲ 처음 방문한 김 씨와 임 씨가 천 원, 이천 원에 판매되는 채소를 고르고 있다.

무인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박 씨는 “앞으로 꿈은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새벽 2시부터 늦은 저녁 8시까지 채소와 함께 하는 삶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