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야말로 비폭력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민원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이지요. 어째서 그런지 들어보시겠습니까?

제가 어제 길을 가다가 어떤 공사 현장에서 보호 안경을 쓰지 않고 용접을 하는 근로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근로자의 안전이 걱정되었고, 그래서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지도과에 전화를 해서, 해당 고용주에게 주의를 하도록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용노동부가 고용주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를 고용주가 기분 나쁘게 생각해서 그 근로자를 해고시킬까봐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 걱정을 얘기하면서 그 근로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듣고 그 공무원이 “그건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바로 여기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근로자들은 고용노동부가 자신을 보호해 줄 걸 믿고 의지하는데, 당신은 그저 법에 정한 책임만 하려고 하니,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오히려 해고되기도 한다면, 근로자들이 어떻게 고용노동부를 믿고 의지하겠습니까? 그런 고용노동부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겁니까?”라면서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무원은 왜 자기가 그 일을 할 수 없는지 변명만 계속 했습니다.

민원인들과 민원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의 대부분이 바로 이런 패턴을 가집니다. 저는 근로자의 신체적 안전과 고용안정이 걱정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은 근로자의 신체적 안전과 고용안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만일 그 공무원이 저보고 “그 근로자분이 해고될까봐 걱정이시죠?”라는 한마디만 했다면, 저는 고맙다고 말하고 대화를 끝냈을 겁니다. 하지만, 민원 담당 공무원은 권한 밖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만 민원인에게 설명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대화가 길어지고 민원인의 불만이 폭증합니다.

“그 근로자분이 해고될까봐 걱정이시죠?”라는 것이 바로 공감입니다. 이게 바로 제 마음이었고, 저는 민원 공무원이 제 마음을 알아주기를, 공감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그 민원 공무원은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는 걸 싫어했나봅니다. 그래서 자기 권한 밖의 일을 하겠노라는 말을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민원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민원인이 원하는 것은, 민원 공무원이 권한 밖의 행동을 하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원인이 원하는 것은 바로 공감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무슨 일을 문제라고 여기는지,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런 공감이야말로 비폭력대화의 핵심 기술이고, 이 기술은 타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서 누구든지 익힐 수 있습니다.

민원 담당 공무원 여러분, 오늘도 일하는 게 힘드시죠? 여러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을 찾아가는 저 같은 민원인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민원인의 요구를 다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민원인의 마음에 공감해 주십시오. 그러면 문제의 반 이상이 해결될 겁니다. “근로자의 안전과 고용안정이 걱정이시죠?”라고 말만 해주면, 이런 민원은 바로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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