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박영집의 음/악/이/야/기

주말에 고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배가 나온 친구들의 너스레와 염색은 했지만 귀밑머리까지 감출 수 없음에 잔 부딪히는 속도는 빨라졌고, 건강을 바라는 건배사들과 졸업한 지 얼마나 흘렀는지 헤아려 보기도 했습니다. 재학 중인 후배들이 200명 안팎이라는 말에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적잖이 놀랐었고, 일 년에 한 번씩 치러지던 체육대회는 더 이상 존속하기 힘들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제1번 B Major Op.8
브람스의 친구이자 평론가인 막스 칼뱅크는 피아노 트리오 제1번 제1악장 도입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파도 위에 무지개가 걸리고 해안가에는 나비가 춤추며 나이팅게일이 춤추는 것만 같다.’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제1번은 두 곡이 있다. 하나는 청년시절(22세)의 작품과 만년(57세)의 두 버전이 있는 셈이다. 

전악장이 4개의 악장으로 작곡되어졌으며 1, 3악장이 B Major, 2,4악장이 각각 b minor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북독일 함부르크의 안개비가 내리는 듯 음울함이 있으며, 이면에 묵직한 리듬의 넘실거림이 있다. 
 

 

브람스는 만년에 이 곡을 개정하면서 말하기를 ‘장식을 한 것이 아니고 약간의 빗질을 하여 머리를 조금 정돈했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비교 감상을 해보면 실상 많은 손질이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두 버전 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조성, 정서의 풍부함이 매혹적이다. 

이 곡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베토벤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오는 곡이기도 하다. 제1주제의 시작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 숭고함이 베토벤의 에너지와 흡사하며, 느린 악장에서도 명상적인 차분함과 깊이로의 확장이 지상의 느낌이 아닌 남루해진 전존재를 위로받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청년시절의 신선함과 두 곡의 의미
청년시절의 음악은 피어나는 영감을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이 곳곳에 있다. 피아노 전주 후에 이어지는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첼로의 제1주제에 덧칠을 해주는 듯한 프레이즈가 인상 깊다. 어쩌면 장황하고 불필요한 음들의 나열일지언정 패기에 찬 청년 브람스의 실험정신이 신선하다. 

현재 만년의 버전이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젊은 시절의 작품도 평가절하 할 수 없는 것이 참신함을 차치하더라도 브람스가 스케치와 포기한 작품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버전이 남아있다는 것은 브람스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소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작의 초연은 1890년 1월, 부다페스트에서 있었는데, 피아노를 작곡가 자신이 연주했다.

실내악사 불멸의 명곡(명연주)
단언컨대, 오늘 추천하는 연주를 뛰어넘을 연주가 나올지 모르겠다. 난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피레스의 진중한 아르페지오 후에 나오는 첼로의 굵직하고 환장하게 유려한 선율과 뒤메이의 날카롭고도 거칠게 몰아붙이는 뒤메이의 운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뜨겁던 불꽃을 지나 스러지는 회한은 누적된 잽이 되어 나를 코너로 몰고 갔을 것이다.너무나 벅찬 감격이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되어 뜨거움을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마 그날이 세기를 마무리하는 1999년 12월 25일. 성탄 미사를 마치고 학원에 들어서서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흘러내리게 놔뒀던 기억이 새롭다. 청년기의 멜랑콜리와 왠지 모를 세기를 마감하는 상황에서 브람스라는 묵직한 샅바는 나를 단숨에 제압하고 있었을 것이다.


[Youtube 링크]
추천음악 ;

https://youtu.be/1HE74l4koC0

 

첼리스트 박영집은 일상에서
늘 음악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읊듯
노래를 추천하고
참삶에 필요한
음반을 권유하면서
생활 속에 늘 가슴의 언어인
음악이 함께 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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