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소방관 라오스 여행기(마지막회)

본지에 안전에 관한 칼럼을 꾸준히 연재하고 있는 김경식 소방관이 여행기를 보내왔다. 히말라야 여행기에 고무되어 용기를 냈다며 기고한 그의 글을 싣는다. 박사 원우회의 여행기를 대표해 집필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소방관의 관점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필자의 시선이 재미있다.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해외여행의 별미는 역시 그 지역에서 유명한 곳을 관람하는 것과 동시에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탐남 동굴의 튜브체험, 메콩강 지류인 쏭강의 카약킹이다. 수중동굴탐사로 더위에 지친 몸을 강물에 담가 충분히 식히고 난 후, 1시간 정도 카약킹이 끝나고 우리가 묵을 숙소로 이동했다. 체험도 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 탐남동굴 튜브체험을 하고 나서.
▲ 쏭강 카약킹으로 숙소로 이동~. 카약마다 현지인이 탑승하여 안내한다.


두 번째 체험은 버기카(우리나라 유원지에 있는 범퍼카)와 짚라인이다. 도로가 비포장이고 협소하여 버스로 이동은 못 하고 1t 소형화물차 뒤 칸에 탑승하여 이동한다. 지나가는 풍경은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보는 것 같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라오스는 현대인 21C와 과거의 1960년대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한다. 1인당 GNP를 보면 우리가 약 3만 달러인 데 비해 이들은 2천 불이니 벌써 1/15의 격차이다.

버기카로 비포장도로에서 풍기는 흙먼지 속을 1시간 30여 분 시속 20Km 안팎의 속도로 곳곳을 돌아다녔다. 타기 전 일회용 마스크를 주면서 꼭 착용하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았고, 온몸에 묻어있는 흙먼지를 털어 내는데 거의 1시간 이상 걸렸다. 멋쟁이도 아닌 주제에 필자는 또 흰옷을 입었다.(마나님에게 당연히 구박을 받았고요. 흔들리는 곳이라 아무도 사진을 찍은 사람이 없어요.)

가이드를 통하지 않는 한 중간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곳이 라오스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번역 어플에 라오어를 다운 받아 갔으나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현지인에게 간단하게 주문을 하면서 라오어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말을 할 줄은 알지만 쓰거나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문맹률이 10% 상회하는 수준이기에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문자로 소통하기가 어렵다. 호텔에서도 지배인이 영어 몇 마디 하는 정도에 그쳤는데 그나마 손짓 발짓, 콩글리시, 번역어플로 필요한 것을 얻었으니 무엇을 말할까?
 

▲ 현지가이드와 함께(오른쪽에서 2번째 여성)

짚라인은 우리나라에도 300~900m 정도 유원지에 설치되어 있지만, 라오스의 다른 점은 산 중턱에 살아있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고, 계곡을 가로지르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나무의 높이가 30m 정도에, 산 중턱으로 한참을 올라갔으니 대략 200m 정도의 높이에서 짚라인이 시작되나 보다. 초보자가 적응하도록 짧고, 낮고, 쉬운 A코스와 높고, 길고, 아찔한 B코스로 되어 있으며, 총 길이 대략 3Km, 20여 회,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짚라인을 타면서 즐거워하는 양귀순 박사 부부

우리 일행들이 못 타면 어쩔까하는 우려는 필자의 우려였나 보다.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안전가이드가 설명한 대로 자세를 잡고 잘 탄다. 신나서 웃고 함성 지르고, 심지어 한 번 더 타면 안 될까 하는 정도다.

방비엔의 개선문은 프랑스 식민지 때 건축된 것으로 라오스 정부가 독립하면서 상층부를 사원 지붕 모양으로 개축하여 독립을 축하한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개선문 상층에 올라가면 방비엔의 모든 곳이 다 보일 정도로 전경이 좋다.

라오스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교민인 가이드와 함께하는 라오스 현지인이 있다. 사회주의국가인 탓도 있겠지만 현지인과 관광객의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점, 교민 가이드 또한 라오어를 전부 다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가이드가 아닌가 한다. 교민을 위한 한국인 학교, 현지인을 위한 현지어, 한국어, 영어 등을 습득할 수 있는 현지인 학교 등 우리 교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우리나라와 협조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곳 라오스의 문맹률을 더 낮추도록 교육기관의 설립이 절실하다.

해외여행에서 한밤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되는 프로그램은 바로 야외모임, 강변에 자리를 마련하고, 가져온 소주, 김치, 과자와 함께 호텔에서 구입한 맥주를 놓고, 몰랐던 서로의 가족 소개, 구경한 느낌 등등 바쁜 일정 마지막을 정겹게 마무리한다.
 

▲ 전력사정으로 화려한 불빛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멋들어진 경치였고, 밤에는 생각보다 시원하다.
▲ 저 너머는 태국의 화려한 야경.

해외여행에서 단순히 즐기고만 온다면 무엇이 남을까? 우리와는 무엇이 다른가? 왜 다른가? 그 국가의, 민족의 자긍심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을 투자하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으로 다가올까?

중국 운남에서 시작하여 라오스를 관통하는 철도를 중국 정부에서 지원하여 건설하고 있는 광경, 태국에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전력망을 구축하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곳에 단순히 1차산업 제품의 수입과 가공, 차량과 건설장비 등 소규모가 아닌 경제협약을 통한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회의 땅이라고 우리나라에 알려졌으나, 실제 관광객과 소규모 사업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