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열
패시브하우스 
전남포럼 대표

2015년 195개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협정(COP21) 이후 전 세계는 본격적으로 저탄소 에너지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수력, 조력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자립율은 총 전기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말하는데 각 지자체에서도 에너지자립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건축물의 총 에너지 사용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대체에너지 생산에 힘을 쏟고는 있지만 생산량의 증가가 소비량 증가추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 가전제품을 고를 때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보고 고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몇 년 사이에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파시브하우스(PASSIVHAUS)는 가전제품으로 치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받은 똑똑한 건축물이다. 최적의 에너지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단열, 기밀, 제로열교, 고성능창호, 열회수환기장치(HRV) 등을 적용하여 에너지가 새나가는 것을 수동적으로 막는 방식이라 하여 독일어로 파시브(PASSIV)라 부른다. 

제대로 지은 파시브하우스는 난방에너지가 기존건물의 약 90%, 냉방에너지는 약 50% 이상 절약된다. 순천시의 경우를 예로 들면, 연간평균 단독주택 허가면적이 67,000㎡인데, 이 건축물들이 50년간 사용 된다고 가정 했을 때, 난방에 필요한 총 에너지는 7400kwh로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660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이 건물을 모두 파시브하우스로 지으면, 난방비는 약 50억 원으로 줄어 일반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12배 이상 절약된다. 이는 난방등유의 가격을 리터당 900원으로 가정한 시뮬레이션인데 향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고 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렇다면 파시브하우스를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파시브하우스 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립한 독일의 파시브하우스 연구소(PHI)의 건축 매뉴얼을 적용하는 것이다. 

PHI는 전 세계적으로 파시브하우스를 보급하기 위하여 그 나라의 기후데이터를 반영한 에너지계산프로그램 PHPP(passive house planning package)를 개발하여 전 세계 언어로 번역·보급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설계 및 시공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 건물 및 자재의 인증, 다양한 학술행사 등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다.

파시브하우스 기술은 건축물을 신축할 때나 기존 건축물을 수리할 때 적용할 수 있다. 건축주가 파시브하우스를 짓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반드시 인증 받은 파시브하우스 디자이너를 만나 세심하게 설계하여야 하며 인증 받은 파시브하우스 기술자로부터 정확한 시공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의 솜씨에 의해 다른 음식이 되듯이 아무 건축사와 시공자를 만나 파시브하우스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곰팡이, 결로 등의 건축하자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집이라고 하는 건축물에 살고 있다. 집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은 방법만 잘 알면 의외로 쉬운 실천일 수 있으며 나아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파시브하우스는 쾌적한 실내환경을 구현하여 인간에게 이로운 것은 물론 온실가스배출을 줄여 지구환경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겉이 아니라 속을 고르는 시대. 기름을 적게 먹는 차를 고르듯 가성비 최고의 집을 고르는 현명한 건축주가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박병열  파시브하우스 전남포럼 대표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