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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낯선 고향’에 돌아와 이방인들의 친구로 살기창업에 도전하는 청춘
민서현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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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 승인 2018.04.06  09: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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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역 뒤, 급수탑이 보이는 조용한 덕암동 주택가 골목에 희고 아담한 2층 양옥집이 있다. ‘그꽃길 게스트하우스’에는 활짝 핀 꽃처럼 환하게 반겨주는 호스트 안승희 씨(35세)가 있다.
 

   
활짝 핀 꽃처럼 환하게 반겨주는 호스트 안승희 씨

승희씨는 서울에서 8년 동안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 힘들다!’ ‘조금은 느슨하게 살고 싶다.’ 서울에 사는 것이 ‘더 이상 스스로에게 발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귀농, 귀촌과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졌다. 양가 부모님이 계신 율촌과 군산 사이에 있고, 승희씨가 고교와 대학을 다닌 순천은 적당한 곳이었다. 그 과정에서 남편과 의견을 모은 것이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택을 활용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게스트하우스로 이어졌다.

주택을 구입해 1층은 자연스럽게 게스트하우스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숙박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중에서야 불법임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도시민박과 농어촌민박의 차이와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차이에 대해 알았다.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하던 2015년 가을, 덜컥 산 집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몇 건의 민원과 벌금이 나왔다.

부부는 고민했다.
‘계속 해야 하나?’
그런데 당시 집에서는 도저히 안 된다고 하고.
‘집을 팔아야 하나?’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갔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보낸 1년, 그 때 만났던 손님들과 함께한 추억을 무시 못했다. 처음부터 자본금을 갖고, 큰돈을 들여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1층에 살고 2층을 손님들에게 내주고, 결혼할 때 산 그릇을 함께 쓰다가, 2층만으로 부족하니 1층의 절반을 내주었다. 즐거움과 열정으로 보낸 시간이었다.

고민이 깊어갈 때 엄마가 말씀하셨다.
“네가 이 일을 해서 사람들을 만났고, 이 일을 통해 즐거움이 많았는데, 이미 겪었는데, 이거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할 수 있겠냐?”

부모님과 가족은 승희씨 열정의 불쏘시개가 되어 주셨다. 가족의 도움과 응원 속에 지금의 자리에서 2016년 4월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두 번째 창업이었다. 지어진지 35년 된 집이 지금처럼 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덕분에 매년 공사를 했다. 올해 처음으로 공사계획이 없다. 숨차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다시 시작하고, 자리 잡은 ‘그꽃길’의 주인장은 어떤 사람일까?

안승희씨는 여수 율촌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 진학하여 사회복지학과 물리치료 실습을 했으나 순천에서는 전공을 살려서 교육받거나 취업할 기회가 부족했다.  어려서 여수, 순천을 크게 벗어나 본 적이 없던 터라, 타지 생활은 두렵고 무서웠다. 그러나 순천을 떠나 서울에서 취업했고 결혼까지 했다.

승희씨의 열정은 ‘그꽃길’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 곳곳에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게스트하우스였나? 그것도 순천역전이 아니라 주택가 조용한 곳에서.
승희씨는 이런 순천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사는 공간을 이해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과 함께 나누기 바랐다. 첫 번째 장소에서 지금 이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역전으로 갈지말지에 대해 갈등했다. 그런데 ‘숙박업이 허가되는 건물에서 숙박업을 한다면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주택을 알아보았다. 허가 과정이 어려웠으나 지금은 좋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골목을 헤매면 길안내도 해주고, 승희씨 외출 중에 온 손님에게는 괜찮다며 기다리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다.
 

   
 

‘그꽃길’의 자랑거리
1. 승희씨가 직접 방을 안내한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문자로 방을 배정받는다. 낯선 집에 혼자 들어간다. 그러나 ‘그꽃길’에서는 주인 얼굴을 보면서 입실한다.

승희씨는 서울살이를 하다 돌아왔다. 여행자가 되어서 순천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여행객과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여행자의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이렇게 하는 과정이 오히려 순천 안에 고이지 않고 순천시민으로 성장하는 느낌이다.

2. 조식을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여기 조식은 인터넷상에서 상당히 유명하다. 승희씨가 직접 만든 잼과 차로 준비한 아침을 이곳의 하이라이트라고 소개하는 여행객도 많다. 8~9시에 먹는데 게스트들이 함께 여행 정보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게스트들이 남기고 간 쪽지에도 대부분 손님들이 조식에 대해서 칭찬하며 감사를 전하고 있다.

3. 파티가 없다.
게스트하우스의 저녁 파티를 자랑으로 홍보하는 곳들도 많다. 그런데 ‘그꽃길’에는 파티가 없다. 주인은 여행에서 잘 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승희씨를 닮은 게스트들도 떠나면서 ‘잘 잤다. 고맙다.’고 한다. 주인만이 아니라 게스트도 남다르다. 다른 도시에서 파티를 즐겼던 여행객도 여기는 잘 자고 싶어서 온다.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는 첫 손님을 꼽았다. 어떤 경로로 오게 되었는지 연신 궁금증을 갖고 게스트에게 물어봤다. 순천만습지에서 말벌을 건드렸던 어린이로 인해 구급차를 타고 입실하게 된 상황이 봄마다 기억난다.

여행을 와서는 집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순천 사람들이 친절하고, 도시가 깨끗해서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 시민으로서는 잘 못 느껴서 ‘그런가요? 깨끗한가요?’라며 반문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 겨울 열흘 여행 중에 닷새째 되는 날부터 순천시민이 되는 것을 고민하다가 얼마 전 덜컥 승희씨 살림집의 세입자가 된 신규 순천시민도 있다.
 

   
 

또한 해마다 선암사 겹벚꽃을 즐기러 오는 손님을 올해도 승희씨는 기다린다. 그 손님은 여수여행의 끝에 순천 천년불심길을 걷다가 조난을 당해 구조 된 후 선암사에서 겹벚꽃을 보게 되었다. 50세의 그 손님은 ‘1년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앞으로 건강해도 30년, 30번밖에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매년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다. 순천에서 3~5일 머무는데 그 기간 계속 선암사를 다닌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인연이 생겨서, 스님들과 간식을 주고받기도 하고, 포토그래퍼를 만나기도 했다.

승희씨는 여러 손님들을 겪으면서 여행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주인의 개성과 취향을 따라서 남다른 손님들이 모인다. 여유 있고 넉넉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승희씨는 그런 여유가 순천이라서 가능하다고 했다. 순천은 걸어 다녀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순천은 관광지가 서로 멀리 있다. 게다가 버스 배차간격도 느슨해서 기다리는 것에 안달부리면 힘들어진다. 그리고 입장하면 기본 2시간은 걷는다.

‘순천에서 안 되는 것에 욕심내지 마세요. 스트레스 받으면 여행이 아닙니다.’라고 여행객에게 조언한다. 그리고 이것을 관광정책을 추진하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바란다. 순천에 속도와 화려함이 부족하니 뭔가를 만들어내기보다 특성을 살리고, 남들 다 하는 것보다는 고급화했으면 좋겠다.

승희씨는 몇 가지 바람이 있다.
먼저, 숙박의 형태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펜션이나 모텔 외에 다른 기호를 가진 사람들에게 맞는 폭넓은 가격대와 다양한 종류의 숙소가 나타나기 바란다.

그리고 숙박이나 식당, 카페 등 관광관련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여행안내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또한, 순천을 떠나 외지에서 일하다가 다시 돌아온 장년에 가까운 청년에게는 정착이나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안내가 있으면 좋겠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20대 청년들과 달리, 연어처럼 회귀한 30대 청년들은 성공에 대한 절실함이 다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순천이 고향이거나 연고지이지만 떠났었기에 낯설다.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가 없기를 바란다.

민서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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