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박영집의 음/악/이/야/기-마스카니의 인터메쪼-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숲과 닮은 오케스트라
얼마 전 여수 예울마루에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다. 지휘자로 인사말을 하게 되었다. “저는 요즘 아침 일찍 산에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진달래의 감동스런 환대를 받았고, 당돌한 직박구리는 면전에서 새싹과 진달래꽃을 먹어치우더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숲과 오케스트라는 많이 닮았습니다. 다양함을 기본으로 협업과 분업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경쟁도 하게 됩니다.

숲에서 소멸과 쇠락 후에 생명과 부활이 있듯이 음악에서 협화음만 있다면 음악은 금방 질리고 음악의 숲을 알지 못합니다. 때론 불협화음이라는 선의의 경쟁이 필요합니다. 그 속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궁리와 모색이 있게 마련이고 고양되고 승화됩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도와줘야 할 것은 많겠죠. 그 중에서도 오케스트라를 통한 경험은 배려와 돌봄 그리고 도전과 경쟁을 선험하게 합니다.

경쟁에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케스트라 연주곡 속에선 각 파트별 아름다움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숨어있어서 그 경쟁마저 선(아름다움)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아폴론으로 대변되는 조형적인 악보와 디오니소스로 대변되는 감정의 무한한 고양이 공속관계(共屬關係)를 이루어 인격의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변화와 도전이 음악 속에 있고, 자연과 우주가 아이들의 가슴과 손에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모습을 고유한 빛깔로 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빛이든 상처받고 심판받는 빛은 없을 테니까요. 오늘, 여러분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다양한 빛깔들이 빚어내는 동심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성장하는 사회는 건강하고 행복한 곳일 겁니다. 격려의 박수 부탁드리며, 아울러 먼 곳까지 찾아와준 지기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스카니


현상공모의 영웅 마스카니
가업인 제빵사의 길마저 포기하고 음악의 길로 들어선 가난한 마스카니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이탈리아 작가 베르가(G. Verga)의 원작에 의한 1막짜리 베리스모(verismo)오페라¹) 이다. 오페라 현상모집에서 1등으로 당선되어 유명해지게 된 곡이다. 극중에서 결투를 벌이기 전에 연주되는 곡인데, 자못 엄숙하고 종교적인 특징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 연주장에서 단독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곡의 시작은 아주 진중하고 비극적으로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다가 중간에서 유니즌으로 물결치듯 감동적으로 긴장과 이완의 선율을 반복한다.

벚꽃길 라이딩
연주를 마친 다음날은 느긋해져서 맘먹고 늦잠을 자거나 뒹굴기도 좋으나, 이 봄날에 달리고 싶었다. 구례 터미널에서 애마와 함께 간전을 지나 하동을 향했다. 

섬진강의 물은 불어서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무심한 구름아래 벚꽃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행으로 다진 근력의 도움인지 페달링은 그리 힘든 건 아니었다. 지난번에 지인들과 이곳을 자동차로 지나면서 맘속으로 벚꽃 필 무렵에 다시 한 번 자전거로 달려야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마음도 몸도 가벼웠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가족들과 연인들, 단체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양옆에 드리워진 가지들이 아름답다. 터널효과를 만들어서 오히려 매연이 빠지지 못하는 단점도 있지만, 달리는 내내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봄 기운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 베리스모 오페라, 현실주의 오페라. 귀족과 부유층의 반대급부로 생겨난 하층민의 일상과 현실적이고, 절정부분에서 비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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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iDMVY0BIf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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