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양희정

순천광장신문은 협동조합이 만든 신문이다. 조합원들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담을 때 협동조합 언론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곧 순천지역의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를 따뜻하게 할 것으로 보고‘IN 순천, 순천인’을 기획한다.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정농단의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대회라 준비과정부터 잡음이 많았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대회였다. 올림픽이 끝나면 많은 스타가 탄생하는데 이번에는 한국컬링 선수들이 유행어 “영미~~”를 탄생시키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짧게는 3~4년을 길게는 십여 년을 오로지 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 영광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이 날개를 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청년이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립경상대학교 한문학과 4학년 과정에서 휴학 중인 양희정입니다. 저는 다복한 3녀 2남 중 장녀랍니다. 집은 순천인데 대학을 경상도로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가족 구성원 일곱 명 중 유일하게 저 혼자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어요. 4학년까지 바쁘게 달려왔는데 막상 졸업 후 사회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막막할 것 같았어요. 청년실업이라는 단어를 졸업한 선배들을 보면서 실감을 하고 있지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사회로 나가는 것을 잠시 미루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어요. 내 꿈에 대해 확실하게 생각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할 생각이에요. 날개가 있지만 펴기 전에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게 먼저이니까요.

평창에서의 17일
고등학교 때 우연히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숙제를 한 적이 있었어요. 자료를 검색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부를 할 때마다 노트 한쪽에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를 그려놓고 2018년도를 상상했어요. 작년 가을에 자원봉사자 모집공고가 올라오자 고민 없이 지원했지요. 대학 생활 중 가장 멋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죠. 자원봉사라고 하지만 17일 동안 체류비와 생활비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비용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교에서 하는 겨울영어캠프 보조교사를 했어요. 영어캠프가 끝나고 받은 장학금을 가지고 평창에 갔는데 숙식 제공을 해주어서 마땅히 쓸데가 없었어요. 동생들에게 줄 수호랑과 반다비 등 기념품 구매에 탕진했다고나 할까요? ^^

자원봉사자 처우 문제 때문에 집단 보이콧을 하거나 포기하고 돌아간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예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처우나 업무보다 오히려 추위였어요. 따뜻한 순천에서만 살다가 겪어본 영하 20℃는 거의 살인적인 추위였어요. 체온유지를 위해서 자원봉사자끼리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면서 몸을 녹였지만, 근무 중에 저도 모르게 흐르는 콧물은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손난로를 몸 여기저기에 붙여서 중무장 하고 일을 했어요.
 

▲  스키점프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저 높은 곳에서 날개를 펴. 날아올라.
     나는 이곳에 있었다! 나는 그곳에 있었다!


평창에서 제 업무는 크로스컨트리 BRS 자원봉사였습니다. 취재기자들의 AD카드를 확인하고 출입통제 관리를 하는 일과 올림픽방송을 하는 OBS를 도와 방송 송수신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에요. 제 꿈이 방송 분야라서 더 신났지요. 크로스컨트리 종목은 외국에서 더 유명한 종목이어서 그런지 경기장에 기자들이 거의 외국인들이었어요.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3주 만에 급격하게 실력이 향상된 느낌이 들어요. 영어 울렁증이 없어지고 과도한 자신감마저 생겼어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땀 흘리는 선수들, 그들이 빛을 내도록 도와주는 운영진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거친 날씨에도 즐거움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같이 일했던 크로스컨트리 BRS팀! 전국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3주간 뜻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올림픽문화 중 하나인 ‘핀 트레이드’에요. 각 나라와 후원기업들이 만든 배지를 모아서 다른 사람들과 교환을 하죠. 절대 사고팔지 않고 핀으로만 교환하는 것이 원칙이랍니다. 가끔 외국인 기자들이 감사의 뜻으로 주기도 해서 많이 모았는데, 운 좋게 리우 올림픽 배지를 받았어요.

“나는 그곳에 있었다.”
예전에는 집에서 TV로 올림픽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큰 자극이 되었어요. 저는 영상제작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요. 비록 짧았지만 3주간의 경험으로 막연했던 방송업무에 대한 현장경험을 익혀봤어요. 아직, 정확한 꿈은 아니지만 방송국에서 일 하고 싶어요. 폐막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큰 행사에 제가 참여했다는 점이 정말 뜻깊어요.
스키점프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오랫동안 바라보았어요. “나는 이곳에 있었다.”

3월 9일부터 패럴림픽이 시작하는데 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러 갑니다.
이 마음 그대로 열심히 일하고 오겠습니다!

희정씨는 나비이다.
아직 감춰진 날개이지만 꿈틀거리고 있다. 언젠가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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