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생태를 디자인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
국내도입 10년, 3월 순천에서도 행사
통합적 생태주의 운동으로 퍼머컬쳐가 있다. 기존의 생태운동과는 관계성을 강조한다는 것에서 구분된다. 생태운동으로는 최신 사조에 해당하는 이 운동의 개념과 최근의 흐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퍼머컬처는 두 창시자에 의해 1975년 호주에서 시작되었다. 빌모리슨(Bill Morison)과 데이비드 홀그램(David Holmgrem)이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위기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있을 때 이들 또한 같은 고민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
퍼머컬처는 영속적인이라는 뜻의 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가 합쳐진 단어로 한국에서는 ‘영속농업’이라고 직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퍼머컬처학교 대표 유희정은 “퍼머컬처는 단순히 농업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며, 농업을 중심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에 걸쳐 식량, 토양, 에너지, 주거, 생태 등을 통합하여 지속가능하고 조화롭게 설계하는 ‘영속 문화’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영속적 농업 퍼머컬처
퍼머컬처는 농장디자인, 유기농업, 생태건축, 적정기술, 생태마을 개발 같은 한국의 산재된 ‘생태주의 이론’을 넘어선 통합적 사고방식이자 개인과 타인과 지역공동체가 땅을 포함하여 서로 돌봄의 관계망을 구축하는데 쓸 수 있는 방법론이다. 너무 광범위해서 순식간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땅 속의 미생물을 생각하지 않는 농사를 해왔다.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면 땅 속의 미생물이 죽고, 미생물이 죽으면 비료 등을 뿌려 인공적인 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식물이 자랄 수 없게 된다. 흐름이 끊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약과 살충제는 지하수를 타고 흐를 수 있고, 인간은 그 물을 먹는다. 결국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퍼머컬처는 이런 상황에 무경운과 풀멀칭을 통해 땅속의 수분과 미생물을 보호해 땅심을 살리거나, 벌레여관을 만들어 벌레들을 텃밭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인하여 텃밭을 보호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생태화장실을 만들어 퇴비를 생산하고, 생산된 퇴비는 밭에 투입하기 편리한 동선을 위해 밭보다 높은 곳에 만든다. 물탱크나 저수조는 농장에 위쪽에 둔다. 중력을 이용하면 전기 없이도 물을 밭 아래까지 쉽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탱크에서 나온 물은 밭으로 가거나 천연세제를 사용하는 집을 거쳐 다시 아래쪽 우물로 내려간다. 우물에서는 정화작용을 하는 식물을 식재해 일정량을 정화한 뒤 강으로 흘려보낸다.
텃밭은 강수량이나 일조량을 계산하여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미세한 기후까지도 체크하고, 식물의 ‘천이’과정을 이해하여 궁극적으로 인위적 투입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식재한다. 잉여농산물이 생길 때에는 마을단위, 지역사회 단위로 시야를 확장하여 또 다른 필요한 곳에 공급하기 위해 가공을 하고 판매를 위해 마을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위의 설명이 퍼머컬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퍼머컬처는 인간과 자연을 변화시키는 크고 작은 모든 아이디어들을 일컫기 때문에 각 나라, 지역, 마을, 가정, 개인단위로 모두 다른 N개의 퍼머컬처가 있을 수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곧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퍼머컬처에는 각자의 방법이 있을 뿐 맞고 틀린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머컬처를 시작하고 싶다면, 분리된 사회의 의존적 소비자에서 자립적이고도 생산적인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 그저 작은 실천 하나면 된다.
국제적으로 확산중, 3월 순천에서도 행사
호주,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도 무수히 많은 퍼머컬쳐 디자이너들이 있다. 퍼머컬쳐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72시간 디자인코스를 수료하면 되고, 코스 수료자는 자신의 지역에서 새로운 디자인코스를 열 수 있다. 이러한 방법 때문에 퍼머컬쳐는 전 세계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퍼머컬쳐 국제대회는 보통 1,500명의 전 세계 퍼머컬쳐 디자이너들이 모이는데, 2013년에는 쿠바, 2015년에는 영국, 2017년에는 인도에서 열렸다. 오는 2019년 국제대회는 이탈리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내의 퍼머컬처 코스가 도입되기 전에는 각 대학의 교수, 박사들이 학문적 목적으로 호주에서 퍼머컬처 코스를 수료해왔다. 특히 연세대학교 농업관련 석사과정 대학원생들이 가장 많았다. 그러다 임경수 박사를 주축으로 한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현 완주공동체지원센터)에서 퍼머컬처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마을만들기와 연결된 형태의 디자인코스가 열렸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됐다. 그 후에는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희정(소란)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퍼머컬처학교에서 서울, 전남영암, 충남금산, 경기 양평 등 지역 곳곳에서 현재까지 열리고 있다. 매년 1~2코스를 운영, 현재까지 10기의 기수 약 80여명의 디자이너를 배출했다. 2018년에는 전남 순천 향림골에서 퍼머컬처 인트로 코스가 3월부터 6월까지 매월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