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연말연시에 상상하기 어려운 대형화재들이 발생하여 수많은 생명들이 영면에 들었다. 누군가는 잘못했을 것인데 누구를 탓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진화를 늦게 하고 생명을 구하지 못한 소방관서에 책임이 있을까? 필자의 의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생명을 구하지 못한 책임은 당연히 생명을 구하려고 만들어진 정부조직인 소방관서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3년전부터 언론을 통하여 1가정 1소화기를 갖추자는 대국민 안내를 하였고, 법으로까지 제정해놓았다. 독자들 집에 과연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는가? 있다면 약제 유효기간은 지나지 않았는가? 축압가스는 적정한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통행에 방해된다고 구석에 박혀 있지는 않은가?

도로변에 있는 소화전 주변에 주정차는 하지 않는가? 공동주택(아파트)에 있는 옥내소화전 앞에 물건으로 가려놓고 있지는 않은가? 소화전의 물을 내가 편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것들은 필자가 소방공무원이 되기전부터 제정되어 있던 것들이다.

아침에 일찍 나가고자 또는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아파트에 있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정차는 하지 않는지? 주출입구 회전구역에 주정차는 하지 않는지? 도로폭이 작은 이면도로에 양쪽으로 주정차하지 않는지?

위에 이야기한 내용들이 제대로 지켜졌을까? 단지 일부의 일일뿐,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킨다라고 생각한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잠깐인데, 다른 곳은 넓은데, 그 많은 물 중에서 내가 조금 썼다고 표시나는 것도 아닌데 등등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파트 주출입구 회전구간에 어느 누군가가 주차를 했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화재가 나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말자.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으니까. 가장 가까운 소방관서(보통 119안전센터)의 소방펌프차가 도착한다. 시간의 차이를 두고 가까운 소방관서에서 줄지어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회전구간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재빠르게 진입을 하지 못한다. 소방펌프차에 탑승해 있던 진압대원들이 차량을 안내하고, 화재현장으로 간단한 장비(소방호스와 관창)를 가지고 달려갈 것이다. 옥내소화전을 활용하여 초동진압을 하려는 것이다.

화재현장에서는 1분1초가 아쉽다. 한번이라도 소방용수(물)를 뿌리면 그만큼 늦게 확대되고, 그만큼 빨리 진화되기 때문이다. 차량의 진입이 늦어질수록 화재진압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파트의 경우 아래층의 화재는 곧 위층으로 농연과 열기를 동반하여 연소확대를 꾀하게 되어 시간이 지체될수록 화재의 규모는 더 커진다. 여기에 고층일수록 바람(공기의 순환)이 불어 연소확대에 필요한 산소를 무제한으로 공급해주는 현상까지 덧붙이면 생각하기 끔찍한 화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아파트 주출입구 주차에 대하여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뭐 우리 아파트에, 오늘 저녁에 불이 나겠어?’, ‘저 번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등등의 이유를 대고 말 것인가? 아파트에 주차공간이 없는 사정을 들어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인가? 이웃이니까, 아니면 차주와 다투기 싫어서 등등의 이유로 외면만 할 것인가?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우리 집에는 불이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시민들은 가장 행복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누구에게라도 일어나는 일이다. 뉴스 사건사고를 보면 거의 매일 수십 건씩 발생하고 생명이 꺼지는 안타까운 내용일 것이다. 단순히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안전에 대해서 외면하면 그것은 곧 나와 이웃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나와 우리를 위해서 안전에 저해되는 행위에 대해서 절대 외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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