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국립청소년우주센터 원장

예초기로 풀을 칠 때다. 우거진 풀 사이에 색다른 물체가 칼날에 턱하니 맞아 떨어졌다.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니 알을 품고 있던 까투리였다. 암꿩이 알을 품은 채 목숨을 걸고 자리를 지킨 것이다. 새끼가 될 알을 품은 암꿩의 숭고한 모성애. 광양 옥곡에 사는 농부의 경험담이다.

예초기의 시끄러운 소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고 견디다 죽은 까투리처럼 새끼의 번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 무책임한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저지른 비극적인 보도들이 이어졌다.

지난 해 12월, 전북 군산의 아버지가 딸을 상습 폭행하다 죽여서 암매장을 하고는 실종 신고를 했고, 연말에는 광주에서 어머니가 3남매를 불 질러 죽게 하고는 담뱃불을 잘못 버렸다고 숨기려한 사건. 가까운 1월 말, 엄동설한에 광주의 한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데려왔다고 핑계한 대학 3학년을 휴학한 미혼모의 자작극. 모두가 출산과 양육의 문제다.

우선, 아이를 낳았지만 보살피고 키우기는커녕 죽음으로 몰아간 부모들의 아동학대 문제가 크다. 2016년 아동학대의 76.3%가 친부모에 의한 것이었고, 계부·계모·양부모·조부모 등의 친인척에 의한 것이 8.7%였으니, 85%가 친족에 의해 이뤄졌다. 학대의 사유는 양육 태도 및 방법의 부족이 33.7%,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19%, 부부나 가족 갈등이 6.8%였다.

이로 보아서 부모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는 교육이 확산되어야 하겠다. 아이들의 성교육과 인성교육의 내용에 부모의 자세와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주어져야 하겠다. 그리고 혼인을 전후한 성인과 영유아 부모에 대한 사회복지관련 안내와 교육도 필요하다. 광주에서 3남매의 방에 불을 지른 엄마의 경우는 지속적인 생활고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렇게 양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자녀들은 사회적으로 돌보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임신한 사실을 숨겨야 하고 혼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와 버려지는 신생아들의 문제다. 2016년 국내에 입양된 아이들 880명의 92%가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또한 베이비박스나 길바닥에 버려진 갓난아이가 307명인데, 외국에 입양된 인원 334명과 비슷하다. 하루에 한 명 꼴로 아이를 버리고, 해외로 보내는 셈이다.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더 안정적으로 보듬을 수는 없을까. 그동안 미혼모의 출산, 양육, 자립 지원의 범위가 넓어졌고, 전국에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이 62곳에 있다. 하지만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사는 미혼모의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 미혼모자가 복지시설을 나갈 때 자립지원금을 지원하는 지방정부는 서울, 광주, 울산(200만 원에서 500만 원) 뿐이다.

아이 낳기를 권하는 온갖 정책을 쓰는 때인데, 낳기는 해도 키우기 어렵다고 극단의 선택을 하는 이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사건 당사자를 악마로 취급할 수만은 없다. 원인에 따라 사회적인 책임을 넓혀가야지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 선거철이다. 지방정부의 책임을 맡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건강하게 양육시킬 대책,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자를 보호하고 자립으로 이끄는 정책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이러한 삶의 질을 바꿔갈 지방선거를 기대한다.

까투리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본능적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본능을 억제하거나 거스르기 때문에 인간의 고귀함이 있고, 희생의 길만이 아니라 양자가 동시에 생존하는 길과 상호의존하며 해결의 방안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능을 거스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대하면서 사회적 돌봄과 제도적 장치가 더욱 촘촘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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