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 첫날, 자는 아이들 깨우지 않고 함께  늦잠 자고 일어나, 오전 내내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았다.

그네를 타던 딸이 말했다.
“엄마, 태양이 저 집에 있어.”

아침 태양이 아파트 5층 창문을 내리쬐고 있었던 거다.
굳이 이른 새벽 황금개띠해 태양을 보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태양은 저렇게 보이는 그 곳에 빛나고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던 아들이 콧물을 줄줄 흘리자, 들어가자고 재촉하며 같이 뛰어놀던 남자아이들에게 말했다.

“추우니까 엄마 아빠에게 가보렴.”
“저희 엄마 아빠 없는데요.”

순간 깜짝 놀라
“어디 가셨니?”
“아니요. 이혼했어요. 엄마 혼자 집에 있어요.”
너무 밝게 말하는 아홉 살, 일곱 살 형제였다.

두 아이를 뒤로 하고 우리 아이들만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다. 같이 더 놀라고 하고 뛰어노느라 목마를 아이들 물을 챙기러 아파트로 올라가며 순간,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핏줄이 섞이지 않아도 동네에서 마을에서 아파트에서 울타리를 허물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가진 것 나눠주는 공동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형제들이었다.
 

 


2. 새해 다음 날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엄마와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도란도란 대화를 한다.

“엄마, 차들이 저렇게 많은데 왜 우리 차는 없을까? 차도 그냥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타면 안 될까?”
“그렇게 되면 누가 돈을 벌려고 노력하겠니?”
“우리가 돈의 주인이 되어야지, 돈이 우리의 주인이 되잖아.”
“그러니까 일을 해야지...”
대화 내내 궁색한 엄마의 대답이 이어지고, 아이의 질문은 내 머릿속도 헤집어 놓는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나누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새해에 마주한 아이들의 시선을 닮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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