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고려대학교 행정학과의 김영평 교수는 “그 누구도 지식을 독점하지 못한다”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우리 일상적인 인간관계와 무슨 상관인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비폭력대화는 단지 말의 방식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부모와의 대화를 싫어하고 피하는 자녀들도 태반입니다. 최근에는 아버지와 대화한다는 고등학생의 비율이 10%도 안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왜 자녀들이 부모와의 대화를 싫어할까요? 모든 인간은 평등에 대한 근원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가 나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평등의 욕구는 자율성의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와도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핵심적인 욕구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권력을 행사합니다. 자기가 자녀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독재자같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가진 평등, 자율성, 자기존중의 욕구를 끊임없이 훼방놓기 때문에 자녀들이 대화를 꺼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난 그런 적 없다고 생각되시나요? 자녀들과 평등하신가요? 이를 좀더 세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식과 권력의 문제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기가 자녀들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틀린 자녀에게 옳은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야말로 교육이며, 그런 가정교육을 해야 할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가 말한 것처럼 지식은 권력과 동일합니다. 더 옳은 사람이 더 센 사람입니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집니다. 지구상에 나타났던 모든 정치적인 독재자들은 자기가 옳고, 백성은 틀렸으니 백성을 교화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었던 정신병 환자들입니다. 김영평 교수의 말처럼 어느 누구도 지식을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도 남보다 옳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지식능력은 동일합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민주주의자이며, 자기가 남보다 더 옳다고 믿는 사람은 독재자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자기가 자녀들보다 더 옳다고 믿는 부모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자녀들을 사랑한다 하고 자녀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자녀들보다 자기가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들의 인생도 자기가 결정하려고 합니다. 자기가 더 인생을 잘 아니까요. 그래서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뭐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지요.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은 어떻습니까?

지식의 우위가 권력의 우위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가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오래 전 있었던 원자력 발전에 관한 토론들을 보면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국민들에게 한다는 소리가 이렇습니다. “당신들은 모르고 나는 알아요. 나는 전문가예요. 원자력은 안전해요.” 이런 사기를 치는 것도 바로 앞에서 말한 지식의 우위, 지식의 독점 현상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났던 그 수많은 사고들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숨겨놓고, 국민들에게는 그냥 자기만 믿으라는 것은, 그냥 독재를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자녀들/학생들과 절대적으로 평등해질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이미 당신은 위에 있으니 평등해지려면 우선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래서 장일순 선생님이 늘 자신을 낮추라고 했고, 본인도 스스로 늘 낮은 자세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보시고, 만일 어떤 깨달음이 오거든 우선 자녀들/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내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됐어. 지금까지 틀린 걸 옳다고 우겨서 미안해. 모르면서 안다고 말해서 정말 미안해. 니 생각이 궁금한데, 말해 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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