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평소 아이는 활달하고 이야기를 잘 하는 성격이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통 말이 없고 시무룩해서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학교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자신을 미워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군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은 주로 그 애와 재미있었던 것들이었는데 요즘은 그 애와 통 말도 잘 안하고, 잘 만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특별히 싸운 것도 아니고, 섭섭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랍니다.

우리 아이 말에 의하면 다른 친구들과 더 친한 것 같다고 하네요. 친구 사이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워낙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서 걱정이 됩니다. 예전과 같이 그런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게 할 수 없을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어머님이 딸에 대해 평소 보이는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네요. 그렇게 명랑하고 밝은 딸이 갑자기 시무룩해지니 걱정이 참 많이 되셨네요. 갑자기 딸의 태도가 바뀌면 부모님이 걱정 되시는 건 당연해요.

먼저 어머니가 짐작만 하지 마시고, 친구 사이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으면 해요. 친구 사이란 친하게 지낼 수도 있고, 그러다가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을 듯해요. 친구 사이라는 것이 친할 수도 있고, 서먹서먹해질 수도 있으며 그러다가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을 어머니가 주신 내용으로 유추해서 생각해보면 두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의 경우, 갑자기 사이가 서먹서먹해 지면 아이가 취하는 반응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하는 것일 겁니다.

이런 생각을 아이가 했다면, 그동안 내가 했던 말이나 행동이 그 친구를 화나게 할 수 있는 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친구 사이에서 항상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을 곁들어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아이가 그 친구에게 잘못한 것을 기억해 낸다고 하더라도 친구 사이에 잘못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셔서 아이가 그 부분을 인정하도록 도와주세요. 자칫하다간 아이가 그 친구에게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으니, 사람의 관계에서 실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 주시고, 더불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씀도 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 친구와 아이가 어떻게 하면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고, 아이가 어떻게 하면 그 친구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지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어머니가 그 친구라고 가정하고, 아이에게 미리 친구에게 하듯이 어머니께 직접 말해 보라고 하여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두 번째의 경우, 아주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한 질투입니다. 중학생쯤 되면 서로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자신들만의 암호로 대화를 하기도 하여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끼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때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맞춰가기도 하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색깔이 틀리다거나 옷 입는 감각이 다르다는 것, 다른 친구에게도 애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 친구도 자기와 같이 생각하려니 하여 자기 입장에서 친구가 움직여 주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아이에게 일러주실때는 친구가 소유나 집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주세요.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 비슷한 감정을 가질 수는 있지만, 아이가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낄 수 없다는 것, 즉, 친구가 자신의 분신이 아니라 다른 성격의 소유자임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시면 되겠네요.

친구와 아이 자신이 서로 어떤 점이 다른지를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아이와 그 친구와의 관계에 좋겠지요. 그리고 아이에게 그 친구가 다른 친구를 끌 만한 어떤 매력을 가진 건 아닌지 물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 매력으로 인해 아이가 그 친구에게 끌렸던 건 아닌지, 아니라면, 그 친구의 어느 점이 좋았는지를 물어보아 주세요. 그리고 그 친구가 가진 좋은 점들로 인해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덧붙여 아이 주위에도 아이가 가진 장점으로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해주시고요, 그런 친구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청소년 시기의 친구들은 평생 간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자녀에게 이때의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도 함께 이야기해 주시고, 친구 사이에서 섭섭한 감정을 감추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좋은 것이 아니라 서로 터놓고 대화할 수 있을 때 더 좋은 사이가 되고 앞으로 더 소중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말씀해 주세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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