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 강가를 걷다

군가를 잃고, 어둡고 또 어둡던 시절, 그 어둠 속 눈부시게 흐르는 강물을 보았지. 강둑에 앉아 지상의 마지막 빛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았지. 검붉은 노을마저 어둠에 묻히면 파편처럼 흩어진 빛들은 모두 강물로 모여 은하수가 되어 흘렀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사무쳐오는 시간, 이 어둠 속 깊은 궁륭의 끝으로 사라진 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한 떼의 새들이 어두운 강줄기를 거슬러 오르고 나는 풀숲을 거닐며 오래된 길 하나를 보았다. 사라지는 것들의 슬픔도 아름다운 길, 그것이 나에게 왔다.

 

 


박두규
시인.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
‘지리산人’ 편집인.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대표.
‘생명평화결사’ 부위원장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