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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세상
이상훈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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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호] 승인 2018.01.11  15: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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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사람은 태어나면서 한 가지 동물 띠를 갖는다.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띠가 그것이다. 과학적인 근거나 통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띠는 그 사람의 이미지에 고정관념과도 같은 영향을 끼친다. 말띠 여자는 드세다, 양띠라 순하다, 범띠라 그런지 화통하다 등.

그래서 새해가 되면 그해가 무슨 띠인가에 관심과 해석이 분주히 오간다. 그 띠에 해당하는 유명인들이 소개되고 한해 사회적 분위기를 점치기도 한다. 물론 어느 띠든 상서로운 해석과 희망으로 갈무리해 새해 안녕과 번영기원의 덕담소재로 쓰인다.

올해는 개띠다. 이 역시 다양한 해석과 이야기꺼리를 갖고 있다. 그중 ‘58년 개띠’가 가장 상징적이다. 애환과 우여곡절의 현대사 한 가운데에서 나고 자랐고 근래에는 우리사회의 중심에 서온 그들이기 때문이다. 58년 개띠라는 한 마디에 그 사람의 한 생을 짐작하고 위로와 존중의 마음을 보내게 된다.

각설하고 나는 올해가 정말 개 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어느 신년회 자리에서 건배사를 “개 같은 세상을 위하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좌중이 술렁거렸다. 뭔 개 같은 소리야? 하는 술렁거림일 것이었다.

이에는 나름대로 찬찬한 생각 끝에 내린 이유가 있다. 열두 띠 동물들을 차례로 떠올려 보니 저마다 고유의 단순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영특하다든지, 우직하다든지, 순하다든지,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유독 개는 성향이 하나가 아니다. 충견, 영리함, 귀염에서부터 사나운, 기분 나쁜, 개꿈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다양하다. 생김새도 성격도...

그런데도 ‘개 같은’이 붙으면 무조건 욕이 된다. 푸념이나 저주 불만을 내뿜을 때 쓰는 대표적인 속어다. 하지만 방안에서 가족처럼 지내다 죽으면 장례까지 치러주는, 그래서 그 지위도 애완견에서 승급한 반려견을 생각하면 이 속어의 용도는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개 같이 귀여운, 개 같이 믿음직스런, 개 같이 부지런한 사람 또는 세상으로.

반려견 기르는 것을 별로로 여기는 나로서는 그런 뜻보다는 개가 갖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뜻으로 개 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 것이다. 귀여운 개도, 영리한 개도, 우직한 개도, 사나운 개도 저마다 주인을 이롭게 하듯이, 남자든 여자든, 사장이든 노동자든, 지위가 높든 낮든 저마다 이 사회의 주인공이며 공동체 일원으로 존중받는 다양성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두 정부 기간 피폐하고 흉흉해진 나라를 촛불혁명으로 갈아엎은 후 온전히 맞는 첫해인 만큼 다양성의 회복과 활성화는 더욱 절실하고 중요하다. 기득권카르텔 외의 모든 가치와 목소리는 ‘좌빨종북’으로 몰아 편을 가르고 싹을 죽이는 파시즘의 세월을 끝내야 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과 더불어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문명의 전환 수준으로 찾아 세워가야 한다. 중앙과 수도권편중으로 빚어진 지방의 고사를 분권개헌으로 해체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근본적 정치개혁을 위해 선거법을 고쳐 건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해 국민여망을 반영해야 한다.

산불에 갇힌 주인을 목숨 바쳐 구한 의견 같은, 도둑을 분별해 쫓아내는 용맹과 충절의 개 같은, 삭막한 세상에 말없이 벗이 되어주는 반려견 같은 그런 개 같은 세상이 6월 선거와 국민투표로 우리 앞에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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