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9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기침할 때 기침하게 하자. 화낼 때 화내게 하자

할아버지는 보름정도 꽤 앓았어. 하루저녁은 기침하느라 거의 잠을 못 잤어. 괴롭더라. 아무리 졸려도 기침하면서 잘 수는 없어. 기침할 때는 깨야 돼. 할아버지는 요번 기침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기침을 못하게 하는 세상이 아닌가
혹시 우리 사회가, 우리 살고 있는 세상이 기침이 나오는 사람을 기침을 못하게 틀어막으려고 하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만약에 내가 기침을 하면 내 입에서 바이러스가 나올게 아니야. 그래서 그 바이러스를 누가 흡수하면 전염이 되잖아. 기침하는 사람이 미안하잖아. 그러니까 우리 사는 세상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입에 강력 테이프를 붙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겠니? 해결방법이 아니지.

우리 배움터는 학생이고 배움지기고 모든 사람이 기침이 나올 때 강제로 못하게 틀어 막는게 아니라 안심하고 마음 놓고 기침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기침이 나오는 것을 밖에서 막으면 상태가 더 고약해지지.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그래서 누구든지 마음 놓고 기침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뭔가 이 안에 좋지 않은 이물질이 끼어서 그것을 뱉어내는 게 기침이야.

사람이 속에서 화가 나는 것도 마찬가지야. 기침을 마음 놓고 하게 하는 것 가지고 끝나는 건 아니지. 그러면 곤란하지. 약을 줘서 기침을 안 할 수 있도록 속에서 잘 다스려줘야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래. 죄지은 사람을 잡아다 감옥에 넣으면 끝나는 줄 알아. 어떻게 생각하니? 문제가 해결돼 끝나니? 난 아니라고 봐. 물론 기침하는 사람을 격리시키는 건 맞다고 봐. 그러나 그것은 문제해결이 아냐. 기침이 안 나올 수 있도록 해줘야지. 너희들이 앞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침 잘하는 방법 화를 잘 내는 방법
화내는 사람 화내는 것 가지고 나무라지 말고, 왜 화가 나는지를 잘 봐서 그것을 잘 치료해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화나는 걸 꾹 참고 그러는 건 현명한 게 아니야.

그런데 기침하면서 나도 모르게 할머니한테서 돌아누워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해. 내 기침 침이 할머니한테 튀어 가면 안 되잖아. 화가 날 때도 마찬가지야. 화라는 것은 좋은 기운이야? 좋지 않은 기운이야? 너희들 생각엔 어때? 내가 화낼 때 사람들이 반가워하지 않잖아. 별로 좋지 않은 기운이야. 그래서 기침할 때 사람 없는데 가서 사람한테 닿지 않도록 피해서 하는 것처럼 화를 낼 때도 옆에 사람이 없는데 가서 화를 내는 게 잘 내는 거야. 될 수 있으면 내 화 기운이 다른 사람한테 닿지 않도록. 너희들도 화가 날 때 그렇게 한 번 해봐.

음식 잘못 먹고 토해본 사람! 토한 음식냄새 좋아? 그걸 토해내고 아까워서 또 먹어본 사람! 보기도 싫지? 금방 내가 맛있게 먹은 건데 토해내고 나면 냄새도 고약하고 보기도 싫어. 토할 때 어디 가서 토하니? (화장실. 변기) 그래. 시골 같으면 밭두렁이나 그런데 가서 토하는 게 맞어. 안방에다 토하면 안 되지? 그지?

화내는 게 토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근데 그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토하면 되겠니? 아니지? 이 세상엔 바보 같은 사람들 참 많아. 아빠들. 회사에서 화가 잔뜩 나서는 집에 와서 자기 부인한테 또는 아이들한테 화풀이를 막 하는 사람 있어, 없어? 너희들은 절대 그러지마. 더구나 아빠가 돼서 자기 아이들한테, 어린 아이들한테 화풀이하고 성질내고 진짜 바보야.

방에서 음식을 먹다 토하게 되면 저 밖에 화장실로 달려 나가서 토 하는 게 맞아. 그런데 웬 사람이 말이야 밖에서 잔뜩 먹고 체해가지고 와서는 안방에다 토해낸 그런 바보가 어디 있니? 그렇지? 화를 낼 때는 장소를 잘 가려서 해야 된다.

너희들보다 더 센 사람 앞에서는 화를 내도 돼. 혹시 화 낼 일 있으면, 꼭 사람에게 화내고 싶으면, 할아버지한테 와서 화를 내. 내가 너희들보다 약하지 않으니까. 너희들보다 약한 사람들한테 화내면 안돼. 어린 사람들한테 화를 내면 안 돼. 사람한테 내더라도 나보다 약한 사람한테 화풀이하지 마. 그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기침할 때 기침하게 하자. 화낼 때 화내게 하자. 그런데 기침할 때 사람한테 대고 하지 않는 것처럼 화낼 때 사람한테 화내지 말고 사람 없는데 가서! 화풀이하는 방법은 많아.

정리: 이재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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