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항에 연주회가 있어 다녀왔다. 평상시에는 멀쩡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허리와 뒷목이 불편한 체질이다. 당연히 대중교통을 알아봤으나, 환승 과정이 번잡하여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대구를 지나 영천을 지나는 길에 한산해서인지 운전의 노곤함도 잊고 가을과 말러의 음악만이 오롯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다지오에 녹아 든 천상과 지상의 대화
말러는 작곡가로서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서도 명성을 날렸는데 무대에서 기존의 위대한 작품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과 자신의 심오한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일은 그에겐 둘이 아니었다. 100분 동안 말러는 지상의 음악으로 노래한 천상의 세계를 치열하게 표현한다. 남겨진 우리들은 그 압도적인 감성을 오롯이 받아들이게 된다. 19세기 말, 말러는 천지창조 이전의 세계로부터 영원한 사랑까지, 우주의 모든 만물과 광대한 세계에 천착했다. 피날레 악장, ‘사랑이 내게 말해 준 것’.  괴로울 정도로 느리지만 바로 그 느림을 감내한 만큼 보상받는다. 처절한 천상과 지상의 대화이자 아름다운 아다지오이다.

말러의 음악은 현대인의 신경질환을 예고하듯 복잡하고 섬세하다. 그는 세상과 불화했지만 사후 100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고 있다. 벨벳같이 부드럽고 느린 스트링의 피아니시모에서부터 호른의 채색위에 가녀린 바이올린의 선율은 잊었던 가을을 생각나게 했다.

달리는 내내 차선은 오선이 되었고, 자동차들은 음표(Note)가 되었다. 차선을 넘나들 때 멜로디가 되었으며, 버스의 온음표, 화물차의 이분음표, 승용차의 사분음표, 소형차의 경쾌한 16분음표는 자연의 심포니가 되었다. 기쁨과 환호와 슬픔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싶어졌다.

안개를 벗어나자 나를 따라 편대 비행하는 물오리들의 군무와 바다위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물안개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지휘자의 격정어린 상징이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을 닮고 싶어졌다. 오래도록 철들지 않기를…

음악은 영원의 세계
음악은 시간으로 흐르다가 그 사이에서 의미와 접하고, 그것을 품으며, 눈물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풍부한 인간 감정의 표현을 닮아간다. 그때 음악은 비로소 글의 논리, 글의 표현력을 넘어선다. 음악이 음악으로써 그리고 음악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자 찰나이자 영원광경이다. 아다지오가 극치에 달할 때, 말러의 예견이 떠올랐다. “내 시대가 곧 올 것이다”
 

▪ 유튜브 추천 검색어: 말러 교향곡 3번, 위에서 여섯 번째(정명훈 지휘)
▪ 추천 음반: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번스타인은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녹음)에서 색채감이 풍부하고 말러의 복합적인 곡의 섬세함을 단호하고 명징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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