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카市 As one community의 실험

우리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가 성립된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도 되는 사회는 가능할까?

일본 미애현 스즈카시에 있는 에즈원 커뮤니티(As one community)는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에즈원 커뮤니티는 2000년에 17명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인데, 현재까지도 200여명이 ‘사람을 위한 사회’, ‘사람을 위한 회사’, ‘인간의 본성에 맞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를 계속 연구하며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 공동체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는데, 그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돈에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즈원 커뮤니티에서는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 공동체 내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물건을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을 이용하다보면 실제로 에즈원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지갑을 안 들고 다닐 때가 많다고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 JOY 내부 모습. 자격을 갖춘 회원들은 무상으로 식료품 등을 가지고 갈 수 있다.

불가능을 실험하다
에즈원 커뮤니티 멤버들이 주로 교류하는 공간인 SCS(Suzuka Culture Station) 내에 JOY라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들어가면 식재료, 도시락, 생필품, 술, 과자 등의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에즈원 커뮤니티 핵심 멤버 72명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물건을 가지고 나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다른 곳에 가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살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가족도 체류 기간 동안 JOY에서 물건을 그냥 가져와 보는 삶을 살아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누군가가 내가 무엇을 가져가고 있는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필요한 양보다는 더 많이 집으로 가져오는 자신도 발견하게 되었다. 아내는 “우유나 치즈는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가지고 오게 되고 야채는 모양이 예쁘고 상처가 없는 것을 가져오게 된다”고 고백했다. 40여 년 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로서는 어쩌면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가져오는 방식이 어색한 것은 당연했다.

▲ ‘모두의 서랍’안에 있는 물건들은 누구의 허락없이 가져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JOY를 가서 물건을 그냥 가져오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점점 JOY에서 가져오는 양도 줄어들었다. 다음에 가도 그 물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된 것 같다. JOY 안에 있는 냉장고가 내 집에 있는 냉장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족이라면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부터 먹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던 공동체 멤버의 마음과 바슷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JOY에 있는 맥주는 가지고 오지 못하고 슈퍼에서 사서 먹었다. 다른 식자재는 마음껏 가지고 올 수 있는데, 그곳에 있는 맥주는 왜 가져오지 못할까는 나의 숙제였다.

순천에서의 실험
체류를 마치고 순천에 돌아와서, 공유공간 너머에 ‘모두의 냉장고’와 ‘모두의 서랍’을 만들었다. 너머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라도 모두의 냉장고와 모두의 서랍에 있는 식자재나 물건들을 가져갈 수 있는 ‘실험’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모두의 냉장고와 모두의 서랍에 옷이나 단감, 요쿠르트, 만년필 등을 기부하는 것은 마음 편히 하는 반면에 그곳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가는 것에서는 아직 다들 조심스럽다. ‘내가 가져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30여 개월을 산 지유도 어느새 ‘물건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는 관념이 생겨버렸다. 그래서인지 JOY에서 물건을 가져 오면, 지유는 “이거 어디에서 사왔어?”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 체류 기간 동안에는 지유에게 “그거는 어디에서 산 게 아니라 JOY에서 가져왔어.” 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지유는 “JOY에서 가져온거야?”라고 다시 한번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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